'탈당 2만명' 의장 경선 후폭풍…민주 '강경파 법사위원장' 카드 고심
추미애·정청래·박주민 하마평…일부 강성당원 "박주민 안 돼"
與 "원 구성 협상 진행 중인데…협치를 위한 기본 구조"
- 한병찬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국회의장 경선 후폭풍을 겪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민주당은 국회의장 경선 결과를 둘러싸고 당원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강경파 법사위원장' 카드를 만지고 있다.
25일 민주당에 따르면 추미애 당선인의 국회의장 탈락 후 탈당계를 낸 당원은 2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됐을 때 6000여명의 당원이 탈당했던 것에 비해 약 3배 많다.
민주당은 뿔난 당심을 달랠 조치로 강경파 법사위원장을 고민하고 있다. 당초 법사위원장 유력 후보로는 3선 박주민 의원과 4선 정청래 최고위원이 있었지만 당원들의 불만이 거세지며 수습책으로 6선의 추 당선인까지 거론되고 있다. '여전사 3인방'으로 불리며 윤 대통령과 대립한 전현희 당선인과 이언주 당선인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모인 커뮤니티와 당원 게시판에서는 '이렇게 된 마당에 법사위원장은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정청래 시켜야'라며 당내 강경파로 분류되는 추 당선인과 정 최고위원의 법사위원장 선출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통상 3선 의원이 상임위원장직을 맡는 국회 관례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21대 국회 후반기 국민의힘에 법사위원장을 넘기며 '발목을 잡혔다'고 판단한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에 중진 의원을 배치해 국민의힘의 지연 전략을 방지하는 등 대여 투쟁의 최전선 공격수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법제사법위원회는 주요 법안 처리는 물론 다른 상임위에서 검토한 법안을 본회의에 넘기기 전 심사하고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다.
의장 경선 후폭풍으로 인한 분위기 변화에 법사위원장 유력 후보였던 박주민 의원은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법사위원장을 시켜주면 잘할 것 같다는 얘기를 굉장히 많이 했다. 시키면 잘할 수 있다"며 "법사위 간사, 법사위원장 직무대리도 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당 지도부가 연일 '당원 달래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우원식 의원과 을지로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했다는 이유로 강성지지층이 거세게 반발하는 박 의원을 법사위원장에 앉히는 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런 기류 속에 추 의원 측은 의장 선거 후폭풍 수습과 함께 공개적인 추대가 있어야 고민할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원내에서도 당대표와 법무부 장관을 지낸 추 당선인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것은 맞지 않고 환경노동위원장을 지내기도 해 관례가 아니라며 다각도로 고민 중이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3선 위주로 상임위원장을 하되 여러 가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원 구성 협상에 난항을 겪는 상황에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에 강경파 의원을 배치하려 하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검수완박' 등 쟁점 법안을 두고 강하게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장동혁 원내수석대변인은 지난 23일 "법사위는 기본적으로 위원장을 저희가 가져와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오랜 관행이고 제1당이 국회의장을 가져가면 제2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가는 게 협치를 위한 기본 구조 아니겠냐"고 말했다.
bcha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