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 이어 '공매도' 혼선…국힘 "대통령실, 당을 하수인 취급"
"부처-대통령실 정책 소통 부실…당도 정책 실력 갖춰야"
"실무협의회 소통 창구로서 중요…잘 활용해야"
- 박기현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현 기자 = 정부가 섣불리 정책을 내놨다가 여론의 반발로 철회하는 일이 하루가 멀다 하고 되풀이됐다. 국민의힘에서는 이러한 사태는 대통령실의 '컨트롤타워' 역할이 훼손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당정대(당·정부·대통령실)가 수평적 관계를 이루고, 나아가 당이 정책을 주도할 수 있는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2일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하다"며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공매도는 재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초 정부는 올해 상반기 말까지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시행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시스템 개선에 무게를 두고 특정 시한을 두지 않는 것으로 결정한 것이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6일 "6월 재개와 관련해 기술적·제도적 미비점이 있더라도 이해관계자 의견을 들어 어떤 타임 프레임으로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시장과 소통할 필요가 있다"며 공매도 재개를 시사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장의 발언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나온 개인적인, 제 기억에는 개인적인 희망 정도로 말씀하신 듯하다"고 선을 그었다.
해외 직구 금지, 고령자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에서도 '엇박자'가 나왔다. 경찰청과 국토교통부는 최근 고령자의 야간·고속도로 운전을 제한하려는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 방침을 내놨다가 대상자가 고령자가 아닌 고위험군이라며 수습했다. '국가통합인증마크(KC) 미인증 해외직구' 금지 방침을 사흘 만에 백지화한 것과 유사하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부처와 대통령실 간의 정책 소통이 부실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 직구 사태만 하더라도 총리실이 주축이 돼 정부 14개 부처가 달라붙어 국민들의 소비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정책을 만들었는데 대통령실은 몰랐다고 한다. 보고를 안 했다면 문제고, 그냥 가만히 앉아서 보고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면 그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또 그는 "대통령실 내부에서 소통의 문제"며 "각 수석실이 잘 돌아가고 있는지 대통령실과 수석실 사이에는 소통에 문제가 없는지, 보고는 잘 되고 있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러한 사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당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정부와 대통령실, 국민의힘은 정책 조율 기능 강화를 위해 당정대 정책협의회를 신설하고 매주 한 차례 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실무 협의회도 상시 가동하기로 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대통령실에서도 당을 하수인 취급하지 말고 당의 자율성과 독자성을 100% 존중해 줘야 한다"며 "대통령실이나 정부에서 당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렇게 된 데에는 당 자체의 책임도 없지 않다. 웬만한 정책은 정부에 의존하고, 정책적 아이디어를 받아내지 못하면 당에서 아무것도 주도하지 못하는 그런 현상도 사실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 재선 의원은 "공매도 전면 금지 철회는 개인적인 의견과 정책적 결정이 달랐던 거라 앞선 사례들과 다른 케이스"라면서도 "이제는 민심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시기라서 대통령실과 정부, 당의 소통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초선 의원도 "상임위와 부처 간 실무 협의회를 열면 세부적인 정책까지 당이 들여다볼 수 있어 실질적으로 개선될 여지가 크다"며 "실무 협의회를 자주, 또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소통의 창구로써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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