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등판 가시화…대권 잠룡들 견제 넘어 '집중포화'

한동훈 잠행 깨고 몸풀기…당권 도전 기정사실화 분석
이준석, 정치이력 평가절하…유승민·오세훈·홍준표 가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총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4.1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여야 대권 주자들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차기 당 대표 출마 가능성이 커지자 유승민·오세훈·홍준표·이준석 등 여야 주요 경쟁자가 일제히 견제를 넘어 공세 모드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전 위원장 출마가 가시화하면서 당권 도전자뿐만 아니라 잠재적 대권 경쟁자까지 한 전 위원장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당선인은 전날 유튜브 채널 인터뷰에 출연해 "(한 전 위원장이) '물렸다'는 생각을 한다"며 "주식시장에서 물려서 물타기를 하려는 생각을 하는 듯하다. 물린 상황에서는 한 번 끊고 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은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 출마할 경우 당선부터 차기 대선 도전까지 유력할 것으로 전망되는 여권 내 최대 잠룡이다. 정치 인생 첫 번째 성적표로 지난 4·10 총선 패배 결과를 받은 한 전 위원장의 아킬레스건을 직격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당선인은 이어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찍어 내려 비대위원장을 만들어준 것이 한 전 위원장의 유일한 정치적 이력"이라고도 했다.

앞서 한 전 위원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가인증통합마크(KC) 의무화 규제와 관련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며 "우리 정부는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고 공정한 경쟁과 선택권을 보장하는 정부"라고 썼다.

총선 참패 직후인 지난달 11일 "선거 결과에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뒤 약 한 달간의 잠행을 깨고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입장을 내며 공개 행보를 재개하자 오는 7월로 예상되는 차기 당대표 출마를 염두에 둔 몸풀기라는 해석을 낳았다.

정치권에서 한 전 위원장 당 대표 출마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면서 잠재적 당권 경쟁자들의 견제 움직임도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 당내에서는 한 전 위원장의 당 대표 출마를 낙관하는 목소리가 "자숙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넘어서고 있는 분위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의 해외 직접구매 정책 혼선을 두고 한 전 위원장이 비판 글을 작성한 뒤인 지난 20일 오 시장은 "안전과 기업 보호는 직구 이용자의 일부 불편을 감안해도 포기할 수 없는 가치로, 정책 전체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지적하는 것은 여당 중진으로서의 처신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그러자 한 전 위원장은 다음 날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시장께서 저의 의견 제시를 잘못된 처신이라고 하셨던데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건설적인 의견 제시를 처신 차원에서 다루는 것에 공감할 분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맞받기도 했다.

한 전 위원장과 오 시장 간 설전에 이번 전당대회 최대 경쟁자로 예상되는 유승민 전 의원도 가세했다. 여론조사 기관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를 받아 지난 20~21일 100% 무선 자동응답서비스(ARS)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선호도는 한 전 위원장(29.1%)·유 전 의원(27.8%) 순서로 집계돼 격차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 전 의원은 21일 페이스북 글에서 한 전 장관과 오 시장 설전을 겨냥해 "당초 주제였던 KC 미인증 해외직구 금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이젠 SNS만 남았다"며 "여당 정치인이 SNS로 의견 제시를 하는 것은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총선 이후부터 줄곧 한 전 위원장의 선거 패배 책임을 물으며 '윤석열 정권 폐세자' '배신자'라고 맹공을 퍼붓던 홍준표 대구시장까지 다시 가세하면서 재등판이 임박한 한 전 위원장 주목도를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 시장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에서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해 "그나마 마지막 한 가닥 기대를 걸었는데 우리를 지옥으로 몰고 간 애 앞에서 모두 굽실거리며 떠받드는 것을 보고 더더욱 배알도 없는 당이라고 느꼈다"며 "총선을 말아먹은 애한테 또 기웃거리는 당내 일부 세력을 보고 이 당은 가망이 없다고 봤다"고 비꼬았다.

b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