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 공세 중 '김정숙' 논란…野 일각 '하필 지금'
與 "文 부부 수사로 시시비비 밝혀야" 野 "김건희 특검 물타기"
친명계 "계파 떠나 당연한 '외교'…일부선 "도움 안돼" 아쉬움
- 한병찬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문재인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을 옹호한 부분을 두고 여야의 날 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여당은 '혈세 관광'. '셀프 초청' 이라며 수사를 주장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친문(친문재인)계를 중심으로 '김건희 특검 물타기'라고 반박했다.
김정숙 여사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선 친명(친이재명)계도 야당 공세를 일축하며 계파와 무관하게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특검 공세 수위를 높여가는 과정에서 돌출된 이번 논란이 달갑지 않다는 기류도 적지 않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이 인도 측 초청에 따른 것이란 문 전 대통령의 증언을 두고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대담 형식 회고록에서 김 여사의 2018년 인도 타지마할 단독 방문에 대해 "영부인의 첫 단독 외교"라며 "당시 모디 인도 총리가 허황후 기념공원 개장 때 와달라고 요청했지만, 고사했더니 '그렇다면 아내를 대신 보내달라'고 초청해 아내가 참석한 것"이라고 했다.
여당은 즉각 맹공에 나섰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부 청와대야말로 국정조사와 특검 대상"며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지금이라도 진실을 고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건희 특검법' 등 야당의 특검 공세에 수세에 몰렸던 여당은 모처럼 맞은 호재로 판단, '맞특검'을 주장하며 국면 전환의 계기로 사안을 키우고 있다.
나경원 당선인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건희 여사 건에 대해 야당이 특검을 한다고 한다. 특검정국이 될 것 같다"면서도 "최근 문 전 대통령 회고록을 보면,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이 인도의 초청에 의한 것이라고 했는데 외교부에서 밝힌 것을 보면 회고록 내용과 다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시시비비를 밝혀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김정숙 여사 논란을 겨냥했다. 같은 당 배현진 의원도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먼저 시작돼야 한다"며 "(김정숙 여사가)공범으로서 수사가 같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여당 일각에선 '3김 여사 특검'(김건희·김정숙·김혜경)을 하자는 주장도 다시금 힘을 얻고 있다. 최근 공개활동을 재개한 김건희 여사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고 김정숙 여사 특검을 고리로 친문계와 친명(친이재명)계의 틈을 파고들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반면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 물타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이 문 전 대통령의 회고록 출간을 계기로 벌 떼처럼 달려들어 정치적 공세를 펴고 있다"며 "문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김정숙 여사까지 물고 늘어지는 추한 행태를 보이는 데 대해 심심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친문 핵심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 대해 정부 여당 인사들이 마치 하이에나처럼 덤벼들고 있는데 참 염치도 없다. 말할 자격조차 없는 이가 매번 남 탓만 한다"며 "문재인 정부 5년은 이미 진작에 끝났다. 전임 정부의 시간에 대한 기록과 평가는 국민들께 맡기라"고 반박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 친명계 지도부는 대응 자체가 사안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직접 대응은 자제하며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친명계 일각에서는 김건희 여사 특검을 추진해야 하는 시기에 공세의 빌미를 준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일부 흘러나온다.
한 친명계 의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전직 대통령이 과거 경험을 얘기한 것인데 여당에서 의미 부여하고 시비를 가리자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되겠나. 여당 행태가 답답하다"면서도 "(여권 주장대로)그렇게 볼 수도 있다. 크게 도움이 되겠나"라고 했다.
다른 친명계 의원은 "친명과 비명을 떠나서 민주당에선 당연히 외교였다고 생각한다"며 "김건희 여사 특검과 이 사안을 왜 엮는지 모르겠다"고 에둘러 답답함을 토로했다.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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