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여행이냐…3주 남은 의원들 '1인당 2000만원' 9팀 출국
연금특위 내일부터 5박7일 유럽 출장…金의장 朴전 의장도 순방
출장 예산 203억 역대 최고…법안은 1만6375건 계류 '최악 성적표'
- 한상희 기자, 김경민 기자, 임윤지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김경민 임윤지 기자 = 21대 국회가 오는 29일로 문을 닫는 가운데 최소 9건의 해외 출장 일정이 잡혀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모든 출장을 외유성으로 매도할 순 없지만, 임기가 3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출장을 떠나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7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같은 당 이재정 의원,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은 오는 11일부터 18일까지 유럽 출장길에 오른다. 이들은 스위스 척수손상센터와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지역을 방문해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 정책을 조사할 예정이다.
출장에 참석하는 의원실 관계자는 "세계보건기구(WHO)는 두 나라를 신체장애인과 정신장애인이 병원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재활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가장 좋은 사례로 지정했다"고 방문 이유를 설명했다. 국회 사무처는 정부, 의회 등 책임 있는 기관과의 면담을 일정에 추가하는 조건으로 출장을 승인했다.
이 출장을 포함해 이달 확정된 국회 상임위원회 등 해외 출장은 최소 9건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멕시코에서 열리는 믹타(한국 멕시코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호주 등 5개국 협의체·MIKTA) 국회의장 회의 참석차 오는 12일까지 10박15일 일정으로 중남미와 미국을 도는 해외 출장 중이다.
국회의장을 지낸 박병석 민주당 의원도 같은 당 윤후덕 의원 등 5명과 함께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우즈베키스탄과 일본 출장 중이다. 국회평화외교포럼 대표단 자격이다. 박 의원과 같은 포럼에 소속된 민주당 김경협 의원 등 5명도 이달 20일부터 26일까지 미국을 찾아 의원외교에 나선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과 여야 간사, 공동 민간자문위원도 8일부터 5박 7일간 영국과 스웨덴 등 유럽을 방문한다. 해외 연금 개혁 우수 사례를 살피고 특위 구성원과 여야 간 논의를 거쳐 합의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약 3주 안에 공론화위원회에서 도출한 '더 내고 더 받는'(보험료율 9%→13%, 소득대체율 42.5%→50%) 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해외 출장을 떠나는 것을 두고 '뒷북 출장'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여야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 연금개혁안이 21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22대 국회에서 처음부터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22대 총선에서 낙선·낙천한 의원들도 출장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을 놓고도 비판이 나왔다. 낙선·낙천자들의 출장은 다음 국회에서 정책으로 실현될 가능성이 작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말년 휴가, 졸업 여행이라는 비판마저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의원들의 해외 출장을 외유성이라고 싸잡아 비판한 데 대한 반박도 있다. 국회 관계자는 "해외에 가면 국내에 도입할 수 있는 좋은 제도들이 굉장히 많이 있고, 외교적으로 필요한 사업들도 있다"며 "낙선·낙천자들이 출장 명단에 포함된 것은 총선 또는 공천 확정 전부터 계획된 일정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의원들의 해외 출장이 국민들의 눈총을 받는 것은 해외 출장에 1명당 2000만 원 안팎의 세비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21대 국회의원 중 총 257명이 임기 동안 총 995회, 총 6330일 해외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사무처 예산으로 243명이 740회를, 국회 상임위 예산으로 91명이 12회를 다녀왔다. 국회는 올해도 의원들의 해외 출장을 위한 사무처 또는 상임위원회 예산을 202억 7600만원 배정했다. 역대 가장 많은 수준이다.
그러나 21대 국회는 정작 기본 업무인 입법에선 최악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의안 건수는 2만5830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 가운데 9455건(36.60%)만 처리됐고, 나머지 1만6375건은 계류 중이다. 여기에는 2년 넘게 잠자고 있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특별법과 3년 넘게 계류하고 있는 '구하라법'(민법 개정안)도 포함돼 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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