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원내대표 '구인난' 속 '대권 가도' 당대표 경쟁 가열

나경원·안철수·유승민 당권 도전 시사…한동훈·윤재옥 등도 잠재적 후보
대선 잠룡·광역단체장 등 선택지 많아…당정관계·민심 줄타기 리스크도

국민의힘 당권주자로 꼽히는 나경원 당선인(왼쪽부터),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인물난을 겪고 있는 원내대표 경선과 분위기가 대조적이다. 거야를 상대로 험난한 싸움을 벌여야 하는 원내대표와 달리 당대표는 여당을 이끌며 정치적 위상을 높일 수 있고, 차기 대선 후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권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2일 여권에 따르면 나경원·안철수·유승민·윤상현 등 당권 주자로 꼽히는 인사들은 최근 전당대회 출마를 시사했다.

나 당선인은 최근 SBS라디오에서 전대 출마에 대한 질문에 "제가 정말 당대표를 하고 싶다면 제 의지대로 판단해서 갈 것"이라고 했다. 나 당선인은 여야 당선인들에게 자신이 설립을 준비하는 ‘국회 인구기후내일포럼’(가칭) 가입을 요청하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회동하는 등 당내외 인사들과 스킨십을 늘리고 있다.

안 의원은 BBS라디오에서 자신의 당권 도전에 대해 "지금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현행 당원 100%가 아닌 일반 여론조사가 반영될 경우엔 "그럴 수 있겠죠"라고 여지를 남겼다. 안 의원은 일반 여론조사를 최대 50%까지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자신의 전대 출마에 대해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며 "정말 이 나라를 위해서 제대로 된 일을 하고 싶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수도권 5선이 된 윤상현 의원 역시 유력 당권주자로 꼽힌다. 윤 의원은 총선 패배 원인 분석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해 당을 향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모두 비윤(비윤석열)계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나경원·안철수·윤상현 세 사람은 수도권 인사라는 점에서, 유 전 의원은 중도층 외연확대에 강점을 보인다는 점에서 ‘정권심판’ 총선 패배를 수습할 적임자로 평가된다.

친윤계와 전통적 강세지역인 영남권 주자도 적지 않다. 친윤계에선 원조 친윤 4인방 중 한 명인 권성동 의원, 서울에서 5선에 성공한 권영세 의원 등의 출마가 거론된다. 21대 국회 후반기 원내대표를 맡으며 당을 안정적으로 이끈 윤재옥 의원, 당의 험지 출마 요구에 부응한 김태호 의원도 당권 주자로 꼽힌다.

원외에서는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당권주자로 분류된다.

최근 후보가 없어 일정을 연기한 원내대표 경선과 비교하면 당권 경쟁은 상대적으로 치열한 모습이다. 여당 대표라는 정치적 위상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영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당을 이끌며 당무감사 등을 통해 당 조직을 장악할 수 있다. 안철수, 유승민 등 지난 경선에 참여한 인사들이 당권을 노리는 이유는 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권에 도전하지 않더라도 당 조직을 장악한다면 대선 과정에서 자신의 입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인지도를 높여 서울시장 등 광역단체장에 도전도 가능하다.

2026년 치러질 지방선거 전까지 전국단위 선거가 없어 큰 실책이 없을 경우 2년 임기를 채울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민의힘은 4번의 비대위를 출범할 정도로 리더십이 흔들렸다.

리스크도 존재한다. 당 대표로서 채상병 특검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당론을 정해야 한다는 점은 부담으로 꼽힌다. 특검에 동의할 경우 당정 갈등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민심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아직 임기가 3년이나 남은 정부와의 관계, 민심 사이에서 끊임없는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전대룰은 당권 경쟁 구도의 변수로 꼽힌다. 현행 당원 100% 투표로 치러질 경우 친윤계 또는 영남 인사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민심이 어느 정도 반영될 경우 비윤계 의원들의 도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수도권 비윤계 인사들은 현행 전대룰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친윤·비윤, 수도권·영남 등 새 원내대표의 성격에 따라 계파, 지역 균형 논리가 부각되면서 당권 경쟁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

한편 국민의힘은 전날(2일) 황우여 비대위를 공식 출범하고 차기 전대 준비에 돌입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