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李 영수회담 '국힘 패싱'…22대 국회 예고편 될까

국힘, 의제 조율 과정 배제…존재감 상실하고 지켜보기만
총선 과정 윤·한 갈등에 당정 공조 무너져…비대위도 난항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과 당선인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자총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2024.4.22/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당의 떨어진 정치적 위상이 부각되고 있다. 총선에서 압승한 여당을 패싱한 채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고, 윤 대통령이 이에 호응하면서 여당의 존재감이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특히 총선 과정에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수 차례 갈등을 겪으면서 대통령실과 국민의힘과의 당정 공조 체제도 무너진 상황이다. 이같은 위기를 수습할 비상대책위원장 인선도 난항을 겪고 있다. 22대 총선에서 극단적 여소야대 정국을 맞이한 여당의 어려움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29일 오후 2시 차담 형식으로 영수회담을 진행한다. 영수회담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정권심판' 바람으로 치러진 지난 총선에서 압승한 야당의 회담 요구에, 국정기조 변화에 나선 윤 대통령이 호응하면서 영수회담은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은 존재감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앞서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진행한 3차례의 회담 실무협상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철저하게 배제됐다.

당시 협상에서 민주당은 대통령실에 전국민 25만원 지원금, 채상병 특검법 등을 의제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이들 요구를 비판하면 논평으로 여론전에 나서는 데 역할이 제한됐다.

영수회담에도 여당은 배석하지 않는다. 대통령실에선 윤 대통령과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훈 홍보수석이, 민주당에선 이 대표와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대변인이 배석한다.

앞서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민주당이 제안한 회담 의제를 비판하면서도 "모처럼 회담 분위기가 만들어졌는데 여당 대표도 참여해야 한다고 말하면 회담 의미가 퇴색될까봐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수회담이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여당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총선 이전 야당의 영수회담 요구에 국회에서 여야 간 대화가 우선이라며 여당에 힘을 실어준 윤 대통령의 모습과 비교하면 여당의 정치적 위상이 떨어졌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이 대표가 회담 의제 협상이 난항을 겪던 중, '의제 제한 없이 만나자'는 대통령실의 요구를 수용하기에 앞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만난 것도 여권의 존재감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이는 향후 극단적 여소야대 정국이 이어질 22대 국회에서 여권의 정치적 위상을 미리 보여준다는 평가다.

여당은 이같은 위기 극복을 위한 당 지도부 구성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당은 오는 5월3일 새 원내대표 선출에 앞서 비상대책위원장을 임명하고 2달 이내에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하지만 비대위원장은 인선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당초 당내에서는 윤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직을 맡아달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총선 참패에 따른 당의 변화 의지를 고려해 거절했다.

중진 의원을 중심으로 비대위원장 임명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조기 전대를 준비하는 2개월 남짓 임기의 비대위원장직을 고사하는 기류가 뚜렷한 상황이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