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싹쓸이 한게 죄인가…'도로 영남당' 비판에 숨죽인 채 '부글'

원대·당대표 후보군에 TK 언급 없어…"지금 나가면 뭇매"
"원대 하겠단 사람 없어"…'친윤' 이철규 단독출마 가능성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 참석 하고 있다. 2023.10.10/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22대 국회 지도부 선출을 앞둔 국민의힘에서 대구·경북(TK) 의원 존재감이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총선에서 전원 생존했지만 당내에서 '도로 영남당' 비판이 커지자 숨죽이고 있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원내대표 후보군 중에는 강원 출신인 친윤(친윤석열) 핵심 이철규 의원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부산·경남(PK) 4선 김도읍·박대출 의원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당대표 후보군으로도 나경원 서울 동작을 당선인 등 수도권·비윤계 의원들이 주로 거론된다.

다선·중진을 포함해 당내에서 가장 숫자가 많은 TK에선 유력하게 거론되거나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의원이 없다. 수도권 출마자를 중심으로 영남권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전면에 나서기를 꺼리는 모습이다. 한 경북 지역 의원은 "TK는 지금 나가면 뭇매를 맞는다"고 했다.

TK 의원들 사이에선 보수정당 뿌리인 TK를 홀대한다는 불만도 감지됐다.

한 의원은 "TK 탓을 많이 하는데 TK는 표를 준 죄밖에 없다. 영남에서 당선됐기 때문에 108석이라도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지지 세력을 뿌리째 흔드는 위험한 주장", "시도민들이 부글거리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구시장 출신인 권영진 대구 달서병 당선인은 26일 BBS라디오에서 "우리 당의 고질병이 하나 있다. 진짜 원인, 폐부는 안 찌르고 쉽고 만만하게 지고 나면 영남을 탓한다"며 "명멸하던 당이 영남 때문에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건데 그걸 왜 영남 탓을 하고 그러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의 중심을 잡아야 할 TK가 스스로 홀대론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공천 과정에서도 제대로 반발하지 못하고 숨죽이고 있던 TK 의원들이 지도부 선출 과정에서도 비판을 의식해 존재감을 상실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인천에서 5선에 성공한 윤상현 의원은 "총선 참패의 구조적 원인은 영남 중심당의 한계"라며 "영남권 중심당이 되고 공천에 목을 매고 결국 바른 소리를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의원들 사이에선 이철규 의원이 원내대표 선거에 단독 출마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다음 달 3일 원내대표 선출을 앞두고 물밑 접촉에 나서는 의원이 없다는 것이다. 이 의원만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아 영입했던 인재들 중 당선자들과 낙선자, 낙천자들을 차례로 만났다.

한 TK 현역 의원은 "예전 같으면 몇 명씩 연락이 왔을 텐데 지금은 아예 연락이 없다"며 "어려운 시기라 나서겠다는 사람이 없고 다 주저하고 있다. 여러 사람 중에 고를 입장이 아니고 나서면 '어려운 시기에 큰 결심을 했다'고 해줘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21대 당시엔 원내대표 선거가 굉장히 치열했는데 지금은 너무 조용하다"며 "총선 참패 후유증이 큰 데다 야당을 상대하는 것도 21대보다 더 까다로워졌기 때문 아니겠나"라고 했다.

원내대표 임기는 1년이기 때문에 22대 국회에서 총 4명의 원내대표가 나올 수 있다. 민주당이 국회의장과 법제사법위원장을 모두 요구하면서 원구성 협상에 난항이 예상되는 만큼, 다음 원내대표 선거를 노리는 의원들도 많을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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