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양정철 기용설에 민주 반발…"간보기" "난파선 순장조"

"일부 아이디어 차원 논의로, 여론 떠보기"
기용 가능성 '희박'…尹-李 영수회담 선행돼야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국민의힘이 설치한 현수막이 걸려있다. 2024.4.1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대통령실이 17일 새 국무총리와 비서실장 후보로 야권 인사를 검토한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자, 더불어민주당에서 종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야권과 협의 없이 '찔러 보기식', '간 보기'라는 지적과 함께 일각에선 협력하려면 영수 회담이 선행돼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 후임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관섭 비서실장 자리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 원장이 유력 검토 중이며 신설되는 정무(특임)장관직에는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통령실은 즉각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박 전 장관, 양 전 원장 등 인선은 검토된 바 없다"고 선을 그으며 논란 진화에 나섰지만 정치권은 하루종일 들썩거렸다.

민주당은 이른바 '야권 인사 기용설'에 대해 총선 패배로 한 국면 전환용으로 대통령실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논의한 내용을 흘려서 여론을 떠보려는 의도라며 깎아내렸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여론 떠보기 차원"이라며 "대통령실 주변에서 일부 아이디어 차원에서, 특히 총리 후보자 같은 경우 국회 비준을 받아야 하므로 국회 통과 여부를 보다 보니 야권 성향 인사를 찾으면서 거론된 것 같은데 현실화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년 의원 역시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일부 아이디어 차원에서 논의한 그룹들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사실이 아닐 거로 본다"고 했고, 박지원 당선인도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나와 "찔러보기, 띄워보기, 간 보기"라며 "사술로 정국을 돌파하려고 하면 큰 오산"이라고 일갈했다.

야권 인사 기용으로 정부·여당이 정계 개편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일부 시각에 대해 홍 원내대표는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홍 원내대표는 "대통령 탈당 등을 요구하는 여권 내 반발과 대통령실 중심으로 새롭게 여권을 개편하려는 두 가지 흐름이 부딪힐 수 있는데 현재로서 여권이 그렇게 내홍을 겪는다면 더 큰 혼란에 빠져서 쉽지 않을 거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임기가 3년 남은 대통령하고 여당이 관계를 끊고 정계 개편을 한다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있고 쉽지 않다"며 "탄핵저지선이 깨지게 된다"고 했다. 그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를 언급하며 "당시 민주당이 열린우리당과 구민주당 두 개로 분리되면서 사실상 탄핵저지선이 깨졌고 그러면서 탄핵이 실현됐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을 마친 후 퇴장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3.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당내 상당수는 하마평에 오른 인사들이 대통령실 제안을 쉽게 수락하지 않으리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만나 모종의 합의를 이룬다면 거국적 차원에서 야당이 협력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내비쳤다.

박 당선인은 박 전 장관과 양 전 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선뜻 제안을 받들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박 전 장관 내외는 윤 대통령 내외 집으로도 왔다 갔다 하고 친하다"며 "양 전 원장도 윤 대통령과 친해서 한때 윤 대통령을 직접 추천했다는 얘기도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후에 윤 대통령과 만나지 않았다고 양 전 원장이 말했다"며 "박 전 장관 역시 문재인 정부 장관이자 민주당 최초 여성 원내대표에 서울시장 후보였던 사람인데 그렇게는 못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미애 당선인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박근혜 정부 당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덮기 위해 노무현 정부에서 정책실장을 지냈던 김병준 씨를 총리 후보로 지명했다가 철회 사례를 언급하며 "그것과 유사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정부가 탄핵으로 마무리됨으로써 결국 총리 한 사람이 들어가서 뭘 바꾸지 못한다는 것이 이미 증명됐기 때문에 그걸 박 전 의원(장관)께서 받아들이실 것 같진 않다"며 "총리나 비서실장이나 정무수석이나 들어가서 그 기조를 바꿀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 굳이 '난파선 순장조'가 되려고 할까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영수 회담을 선행 조건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YTN라디오 '뉴스킹'에 나와 "최소한 영수 회담이나 야당을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고 국정을 운영해 나가겠다는 말씀을 먼저 하시고 국정 쇄신에 대한 인사 발표를 하시는 게 기본적인 정치적 도의와 수순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박 당선인 역시 "이 대표와 영수 회담을 해라"며 "거기서 만약에 두 지도자 사이에서 이런 인사들이 합의된다면 민주당도 인준에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