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연동형 비례제의 부작용…비례 무효표 131만표 '역대 최다'
비례 투표 4.4%가 무효표…준연동형 비례제 도입 이후로 상승
기호 1·2번 없는 51.7㎝ 투표용지…유권자 혼란 불러와
-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제22대 총선 비례대표 투표에서 나온 무효표가 130만9931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비례대표 2석을 얻은 개혁신당을 찍은 표보다 많은 것으로, 역대 최다 수치다. 꼼수 위성정당과 무분별한 비례 정당 난립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무효표를 던졌단 분석이 제기된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4·10 총선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 정당 투표수 2965만4450표 중 4.4%인 130만9931표가 무효 처리됐다.
이번 총선의 비례대표 투표에서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1039만5264표(35%), 더불어민주당 및 범야권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756만7459표(25.5%), 조국혁신당은 687만4278표(23.2%), 개혁신당은 102만5775표(3.5%)를 받았다.
비례대표 선거에서 4번째로 비례대표 정당 득표가 높았던 개혁신당의 득표보다 무효표가 많았던 셈이다.
비례대표 선거에서 무효표 수는 사상 처음으로 130만표를 넘으면서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지난 21대 총선에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무효표 122만6532표(4.2%)를 갈아치운 수치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무효표가 전체의 2%대, 100만표를 넘지 않았다. 무효표는 20대 총선에서 66만9769표(2.7%), 19대 총선 47만4737표(2.2%), 18대 총선 28만4383표(1.6%)를 기록했다.
무효표가 증가한 것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서 유권자 혼란이 커졌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번 총선에서는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이 38개가 난립했고 투표용지 길이가 51.7㎝에 달했다. 지난 총선에도 유권자들은 35개 위성 비례정당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48㎝의 투표용지를 받아야 했다.
게다가 이번 총선의 비례 정당에는 국민의힘 과거 명칭이던 새누리당과 한나라당도 있었고 대한민국당과 대한국민당 등 이름이 비슷한 당도 있었다. 반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빈틈을 노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를 내지 않고 위성정당을 만들었기 때문에, 비례대표 투표용지에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적히지 않았다. 유권자들은 어느 당을 투표해야할지 헷갈릴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일각에선 꼼수 위성정당이 거듭 등장한 것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무효표를 던졌단 추측도 제기된다. 소수정당의 원내 진출을 늘리기 위해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거대 양당이 악용해 위성정당을 만들고 비례 의석까지 챙긴 것에 대한 유권자의 반감이 무효표로 이어졌단 것이다.
매 국회마다 총선 직전에 확정되는 선거제에 대한 개편 논의를 제22대 국회 초반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뉴스1에 "무효표가 만들어지는 유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찍을 정당이 없다는 유권자의 항의 표시이고, 하나는 유권자가 투표 과정에서 잘못 찍었다가 '차라리 무효표를 만들어야지' 했을 경우"라며 "(투표용지에 기호 1·2번이 없는 등) 기호가 헷갈리게 돼 있었고, 용지도 하도 길다 보니 잘못 찍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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