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충돌 모드' 巨野, 채상병 특검 몰이…총리도 쥐락펴락
채상병 특검법 5월2일 처리 예고…이종섭 특검 포함 추진
원희룡·장제원 하마평에…민주 "민의 수용할 생각은 있나"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22대 국회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여야 대치 정국이 벌써부터 본격화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총선에서 압승한 야당이 채상병 특검법 21대 국회 임기(5월29일) 내 처리를 공식화하면서 '특검 정국'이 시작됐다. 이외에도 김건희 여사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대통령실과 국무총리 인선 등 남은 50여 일간 곳곳에 지뢰가 산적해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심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국민의힘을 강하게 압박하는 모습이다. 다음 달 2일 21대 마지막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을 상정해 표결 처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검과 함께 국정조사도 함께 추진할 방침이다. 약 50일 남은 21대 국회 임기 안에 주요 특검법에 드라이브를 걸고 정국 주도권을 이어가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소속 의원(더불어민주연합 포함) 중 70%가 넘는 116명은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에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며 "정녕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 지금 당장 (채상병 특검법) 통과 협조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을 향해서도 "훗날 이 기간이 21대 국회의 전성기였다 생각할 수 있도록,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해달라"고 했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7월 해병대 채모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같은해 10월 민주당 주도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돼 이달 3일자로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향후 여야 협상 과정에서 채상병 특검법과 이종섭 특검법이 병합될 가능성도 있다. 이종섭 특검법은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 핵심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의 출국 과정을 둘러싼 외교부·법무부 등 관련 기관 위법행위를 규명하는 내용으로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 인사를 직접 겨냥한 법안인 만큼, 국민의힘이 받아들이기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처럼 특검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4선 이상 중진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특검과 관련해 "국회의장이 출장을 마치고 오면 양당 원내대표와 국회의장 간 만남이 있을 것"이라고만 밝혔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한 특검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다만 당 일각에서 총선 패배 이후 "채상병 특검법은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어 상당수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6선에 성공한 조경태 의원은 이날 중진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며 "우리가 먼저 이 부분(특검법)을 수용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앞서 당권 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안철수 의원과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선인도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찬성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설령 다음달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이 통과되더라도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대통령에 대한 비토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야권은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했다가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김건희 특검법도 22대 국회 첫 법안으로 밀어붙일 태세다. 또한 올해 1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서도 다음 달 중 재의결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간호법 등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입법이 무산된 법안들도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차기 국회의장으로 6선 고지에 오른 강경파 추미애 경기 하남갑 당선인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는 점도 대치 국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이유다.
야당은 대통령실·내각 인적 쇄신에 대해서도 연신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현재 차기 국무총리 후보군으로는 대구에서 6선에 성공한 주호영 의원, 수도권에서 5선 고지에 오른 권영세 전 통일부 장관 등이, 대통령비서실장 후보군으로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국회 부의장을 지낸 정진석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분들의 면면을 보면 대통령이 과연 총선 민의를 수용할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상당히 우려된다"고 날을 세웠다. 이를 의식한 듯 당초 이르면 주말 사이에 발표될 것으로 전망됐던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도 미뤄졌다. 선거 패배 후 첫인사인 만큼 윤 대통령이 여론을 놓고 숙고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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