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실무형' 21대 '쇄신형'…세번째 총선 참패 수습할 지도부는?

윤재옥, 당분간 당선자 의견수렴 통해 수습방안 논의 예정
20대 정진석 비대위로 조기전대…21대 김종인 비대위로 '쇄신'

제22대 국회의원선거일인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총선 개표상황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 윤재옥 공동선대위원장 등이 개표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공동취재) 2024.4.10/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현 기자 =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4·10 총선 참패로 막을 내리면서 국민의힘은 다시금 지도부 공백 사태에 빠졌다. 당 안팎에서는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한 당 대표 역할에 대해 '실무형', '쇄신형' 등 갖가지 모델을 두고 목소리가 하나둘 분출하고 있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수습 방안에 대해 중진 의원들의 고견을 듣고서 여러 의견을 종합해 이 당을 어떻게 수습할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15일로 예정된 중진 간담회 당일 수습 방안이 바로 정해질 가능성은 작다. 윤 원내대표는 당분간 당내 의견을 수렴한 뒤 당선자 총회를 열 계획으로 전해졌다.

지도부 공백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시나리오 중 하나는 '실무형 비대위'를 꾸려 조기 전당대회를 치르는 것이다. 당대표는 당원의 총의로 뽑히는 선출직으로, 비대위원장보다 권한이 막대해 당을 빠르게 정상 궤도로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 패배 이후에도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은 그해 5월 정진석 원내대표를 새로 선출한 뒤 같은 해 8월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이정현 대표를 선출한 바 있다.

당권 주자로는 총선에서 생환한 나경원, 권영세, 윤재옥, 안철수, 주호영 당선자와 원외인 유승민 전 의원 등이 물망에 오른다. 경기 성남분당갑에서 4선에 성공한 안철수 의원은 지난 12일 MBC라디오에서 "비대위가 몇번째인가, 더 이상 비대위는 아니다"라며 조기 전당대회에 힘을 실었다.

다만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권 경쟁이 과열될 경우 당이 분열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지난 2016년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는 이정현 후보로 대표되는 친박계와 주호영 후보를 비롯한 비박계가 서로 비판을 쏟아내며 반성보다 갈등이 부각됐다.

특히 이번 총선 참패 원인으로 수직적 당정 관계가 거론되고 있어서 조기 전당대회를 치를 경우 당정 갈등이 본격적으로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권 주자로 물망에 오른 이들 중 친윤계 권선동 의원과 당정관계를 재정립하자는 나경원 전 의원, 안철수 의원과의 대립이 예상된다.

이에 당대표 선출보다는 비대위가 쇄신을 주도하는, 이른바 '쇄신형 비대위'를 꾸리자는 의견도 있다.

지난 2020년 제21대 총선 패배 이후 꾸려진 김종인 비대위는 혼란에 빠졌던 당을 비교적 잘 재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명을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바꾼 그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수감과 관련해 비대위원장 이름으로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이듬해인 2021년 4월 열린 서울시장·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하며, 2016년 20대 총선 패배로 시작됐던 암흑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단일지도체제 대신 집단지도체제로 회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선출하는 단일지도체제 대신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한꺼번에 뽑고 득표 순위에 따라 지도부를 구성하는 집단지도체제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1등을 하지 않더라도 지도부 입성이 가능해 유 전 의원 등 원외 인사가 당권에 도전할 수 있게끔 여지를 열어둘 수 있다. 지난 2004년 한나라당 시절 소통 강화를 위해 마련됐던 집단체제는 2016년 20대 총선 직후까지 12년간 유지됐다.

master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