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6' 겉으로는 참패지만…PK 유권자 10명 중 4명은 '민주' 선택

곳곳서 초박빙, 500표 이내 접전도…보수색 옅어진 것 재입증
PK서 민주당 득표율 꾸준한 상승세에 "다음번엔 다를 것" 희망 봐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30분 기준 전국 개표율 99.22%로 전국 254개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61석, 국민의힘은 90석, 새로운미래, 1석 개혁신당 1석, 진보당이 1석을 차지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제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은 '정권심판론' 바람을 타고 압승을 거뒀지만 부산·울산·경남(PK)에서 패배하며 '개헌 가능선'인 200석을 넘기지 못했다. 다만 곳곳에서 초박빙 승부가 이어지며 PK의 보수세가 옅어졌다는 것을 보여줬다.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4·10 총선 결과 국민의힘은 PK 지역 40석 중 34석을 가져갔다. 구체적으로 국민의힘은 △부산 지역구 18곳 중 17곳 △울산 6곳 중 4곳 △경남 16곳 중 13곳을 차지했다. 앞선 21대 총선에서 7석을 얻은 민주당은 15석을 기대했지만 당초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5석을 받아들었다.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를 이룬 윤종오 울산 북 진보당 당선자를 합쳐도 6석에 그친다.

특히 민주당은 부산에서 현역의원 지역구인 부산 남구(현역 박재호), 부산 사하갑(현역 최인호)을 잃었다. 전재수 당선인이 부산 북갑에서 유일하게 생환하며 '부산 싹쓸이'를 막았다.

'낙동강벨트'의 최대 격전지였던 경남 양산을에서 현역인 김두관 민주당 후보가 김태호 국민의힘 당선자에게 2.11%포인트(p) 차로 패한 것도 뼈아프다. 국민의힘은 낙동강 벨트 10곳 중 7곳에서 승리하며 지난 총선의 '4대5'로 뒤졌던 스코어를 뒤집었다. 공식선거운동기간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번이나 지원 유세를 갈 만큼 공을 들였던 민주당 입장에선 뼈아픈 결과다.

이에 선거 유세 기간 내내 흔들렸던 PK가 '범야권 200석' 우려에 막판 '보수 결집'을 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원 유세 탓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부터 9일까지 PK 지역 출마자 11명을 찾아가 지원했다. 그러나 이들 중 국회에 입성한 후보는 2명에 불과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 전 대통령이 지원 유세한 게 영향이 컸다. 유권자들이 문 정권의 실정을 떠올리게 되고 이러면 안 된다고 상기했다"며 "민주당에 유리한 판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이 보수 결집을 도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표면적으로는 민주당이 PK에서 패배했지만 정당 득표율을 따져 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선관위 통계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의 득표율(진보당과 단일화 이룬 부산연제, 울산북 포함)을 보면 부산 45.02%다. 울산은 36.2%, 경남은 42.35%로 PK 유권자 10명 중 최소 4명은 민주당 후보를 뽑았다.

1000표 이내 접전도 있었다. 황기철 경남 창원진해 민주당 후보는 5만603표를 득표하며 이종욱 국민의힘 당선인에 497표로 석패했다. 이외에도 최인호 부산 사하갑 민주당 후보는 4만3216표를 얻으며 이성권 국민의힘 당선인에게 693표로 졌다. 이외에도 대부분 민주당 후보들은 졌지만 40% 이상의 득표율을 보였다.

'보수 텃밭'으로 불리던 PK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끈질긴 지역주의 도전 이후 점차 민주당 득표율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과거 10% 안팎이었던 정당 득표율은 19대 총선에서 △부산 34.61% △울산 13.53% △경남 18.41%로 뛰어올랐다. 20대 총선은 △부산 38.42% △울산 16.45% △경남 31.51% 21대 총선은 △부산 43.99% △울산 39.11% △경남 37.59%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런 상승세는 민주당이 PK 패배라는 아쉬움 속에도 '해볼 만 하다'는 희망을 걸 수 있는 이유다. 지지율이 40% 이상까지 올라왔다는 것은 스윙보터 선택에 따라 선거 결과를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아울러 보수세가 지워지고 있다는 점에서 2026년 있을 제9회 지방선거와 2027년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국민의힘이 설치한 현수막이 걸려있다. 2024.4.1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bc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