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심화된 여소야대…'거야 입법 독주→尹거부권' 반복될까

강경파 국회의장에 야권 대권주자들은 선명성 경쟁 펼칠 듯
"21대보다 더 치명적인 여소야대…행정 입법권력 충돌 불가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10일 오후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종합상황실에서 최종 투표율을 확인하고 있다. 2024.4.10/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국민의힘이 '개헌 저지선'을 지키긴 했지만 범야권이 압도적 다수의석(300석 중 187석)을 차지하면서 22대 국회에서도 여소야대 지형은 그대로 재연될 전망이다. 5년 임기 내내 여소야대 상황에 놓이게 된 윤석열 정부는 국정기조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윤석열 정부 3년차에 치러진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정부에 힘을 싣는 대신 정권 심판을 선택했다. 집권당인 국민의힘은 1987년 이후 집권당으로서는 가장 적은 의석(108석)을 얻었다.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75석(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당선자 포함)으로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서 국회의장직은 물론 각종 상임위원장직도 차지하게 됐다.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 단독 처리도 가능해졌다.

이에 21대 국회 때 여러차례 반복됐던 야당의 입법 독주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다음 국회에서도 되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 의석을 합하면 180석이 넘게 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국회선진화법 무력화,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24시간 내 강제 종료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21대 국회를 넘어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쓸 가능성도 있다. 특히 차기 국회의장 유력 후보군으로 강경파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친명(이재명) 핵심 조정식 의원이 거론되는 점도 우려를 높이는 대목이다. 여권에서는 여야 이견이 있는 안건을 조정해야 할 국회의장이 야당이 밀어붙이는 안건의 '거수기' 역할만 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오는 2027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야권의 대여 공세 수위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력 대권 주자로 경쟁 관게인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가 정부와 각을 세우며 선명성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야권에선 당장 김건희 특검법을 재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건희 특검법은 지난해 말 야권 주도로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됐다. 이번 총선에서 12석을 얻은 조국 대표는 총선 전날 부산 유세에서 "범야권 200석이 확보되고 '김건희 특검법'이 통과된다면 하반기에 김건희 씨가 법정에 서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 역시 동력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상속세 부담 완화, 법인세 감면 등 법 개정이 필요한 정부 정책들은 모두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 교수는 "22대 국회에서도 행정권력과 입법권력이 계속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야권에서는 거부권을 무력화하는 시도를 계속하면서 21대 국회보다도 대치가 더 심해질 것"이라며 "특히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가 자신들의 사법리스크를 의식해 강공 태세를 취하면서 더 치명적인 여소야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여당의 대통령 거리두기도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23대 총선을 2027년 대선 이후 치르는 만큼, 여당 의원들도 더는 대통령 눈치를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당장 당내에서도 대통령 책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총선 참패의 원인을 제공한 당정의 핵심관계자들의 성찰과 건설적 당정관계 구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여야 관계의 변화도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2년간 한 번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만나지 않았다. 하지만 야권이 역대급 많은 의석을 차지한 만큼 이 대표를 만나지 않고선 국정운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핵심은 윤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를 만날 수 있느나 없느나"라며 "영수 회담을 하고 야권이 동의할 수 있는 총리, 참모를 임명하는 등 대통령이 야당에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말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