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패배 책임론 속…'구원' 등판 실패한 한동훈 미래는?
'한동훈' 브랜드 보였지만…패스트트랙 저지선 120석 미달 '완패'
사퇴 여부 관심…당 잔류시 尹대통령 ·친윤계와 갈등 가능성도
- 박기범 기자,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신윤하 기자 = 국민의힘이 4·10 총선에서 대패했다. 가까스로 개헌저지선 확보에는 성공했지만, 패스트트랙 저지선인 120석 확보에는 실패했다. 총선 패배의 핵심 요인은 민심에 깊이 자리잡은 정권심판론이 꼽힌다. 하지만 이번 총선을 총괄 지휘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11일 오전 5시27분 지역구 선거 개표율 99.22%를 기준으로 254개 지역구 가운데 국민의힘은 90곳에서 이겼다. 개표율 90.43%를 기록중인 비례대표 투표에서는 국민의미래 37.21%를 득표, 15석을 확보했다.
남은 비례대표 의석이 10석인 점을 감안할 때, 여권의 최대 확보 의석수는 120석 미만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민주연합은 172석, 조국혁신당은 9석을 확보, 범야권은 180석을 넘겼다.
여권은 개헌저지선인 100석 이상의 의석은 확보했지만, 패스트트랙 저지가 가능한 120석 확보에는 실패했다. 이번 총선을 통해 극단적 여소야대 국면을 벗어나려 했던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다. 정부 출범 이후 60%를 넘나드는 부정평가로 인한 ‘정권심판론’을 결국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한 위원장도 책임론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앞두고 여권을 구할 ‘구원투수’로 투입된 한 위원장은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 등에 다른 목소리를 내며 새로운 당정관계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지만 결국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연출했다.
총선 직전 심판론의 도화선이 된 이종섭·황상무 논란 발생 초기, 두 사람을 옹호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조기 진화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결과론적이지만 총선 전략 실패에 대한 지적도 있다. 당내 중진의원에게 감점을, 청년들에겐 가점을 주는 ‘시스템공천’을 시도했지만, 친윤·중진 의원들이 대거 공천받으면서 ‘인적쇄신’에 실패했다는 평가다.
민주당이 이재명·이해찬·김부겸 3인 선대위 체제와 함께 범야권을 규합하는 비례대표 정당을 구성하는 등 외연확장에 나선 반면 한 위원장은 ‘원톱’ 선대위를 구성해 여권을 스스로 가뒀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센 ‘정권심판’ 바람에 고개 숙이기보다 ‘이조(이재명·조국)심판’ 선거캠페인으로 맞선 것도 실책이란 분석이다. 전국 각지에서 여권 인사들이 ‘큰절’을 하며 읍소했지만, 이조심판에 가려져 큰 주목을 받지못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한 위원장의 ‘패배 책임’ 기준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 마지노선은 야권의 패스트트랙을 막을 수 있는 120석이었다.
한 위원장은 당장 자신의 거취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총선 당일 사퇴한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와 같이 비대위원장 사퇴 가능성이 거론된다. 큰 선거에서 패배한 후 지도부가 사퇴하는 것은 정치권의 오랜 관례다.
반면, 한 위원장이 사퇴하기 보다는 당 수습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는 앞서 "공적 봉사"를 강조하며 정치인의 길에 대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당장 여권의 위기를 수습할 구심점이 없다는 점에서 한 위원장이 자리를 고수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한 위원장은 총선 유세에서 구름인파를 몰고 다니며 자신의 브랜드 파워를 입증했다. 정권심판론이 가장 큰 패배 원인으로 분석되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 경우 한 위원장은 현 정부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자칫 당정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총선에서 친윤(친윤석열)계 인사 다수가 국회에 입성한 것도 향후 한 위원장의 입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3년 이상 남은 상황에서 당정갈등 보다는 당정 안정을 통해 위기를 수습해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만약 이같은 방향으로 당내 분위기가 흘러간다면 친윤계 인사들이 조직적으로 한 위원장에게 날을 세울 수 있다. 친윤계 일각에선 이번 총선은 당이 치른 선거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패배 책임을 한 위원장에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경원·안철수 등 총선에서 승리한 유력 당권주자는 물론, 홍준표·오세훈 같은 차기 대권주자들의 견제도 견뎌야 한다. 이번 총선 기간, 홍준표 대구시장은 연일 한 위원장 행보를 비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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