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 역대 최고 전망에도 MZ "찍을 사람 없다…기권도 의사 표시"

"정치인들 서로 싸우기만…도움 되는 정책 누가 말하나" 투표 거부 속출
전문가 "극단적 심판론 속에 가려진 민생" 지적…MZ 투표율 저조 전망도

제22대 국회의원선거 투표일인 10일 대전 서구 도마1동 도마e편한세상포레나 어린이도서관에 마련된 제2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2024.4.10/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홍유진 기자 = "투표요? 후보자들 보니 표를 주고 싶다는 마음이 안 들더라고요. 그래서 안 하려고요"

10일 오전 9시. 인천에 거주 중인 자영업자 김 모 씨(남·33)는 투표소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서려다 다시 침대에 누웠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싶었지만 마땅히 찍을 후보가 떠오르지 않아서다.

그는 "여당, 야당 후보자 중 지금 나한테 당장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펴겠다는 이들은 없고 서로 자기들 이권을 위해 싸우기만 한다"며 "기권도 유권자의 의사 표시"라고 말했다.

이번 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 투표율은 30%를 돌파하는 등 역대 최고 투표율이 예상된다. 하지만 "찍을 사람이 없다"며 투표를 포기하는 MZ세대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서로를 극도로 미워하는 '혐오 정치'가 MZ세대에 '정치 혐오'를 일으킨 것으로 분석한다.

서울 마포구 거주 중인 직장인 김 모 씨(30·남)도 이날 투표를 포기했다. 투표해야 삶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요즘 정치 뉴스를 보니 할 생각이 사라졌다는 김 씨.

그는 "정치인들이 정쟁에만 몰두하지, 민생을 챙긴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며 "지금도 대파·명품백 등 선거와는 관계없는 말로 피로감만 높이고 있어 그냥 집에서 잠이나 자는 게 낫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30대 남성 최 모 씨도 이날 투표 대신 '여행'을 택했다. 휴가 일정을 앞당긴 탓에 사전투표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딱히 후회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투표를 못 할 거 같다고 부모님께 말하니 되레 혼났다"며 "개인 일정이 더 중요하지, 굳이 그렇게까지 무리해서 투표해야만 하는지 더 의문이 든다"고 했다.

40대에서도 정치 피로감에 투표를 포기하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다. 강남구 거주 중인 40대 여성 이 모 씨는 "뽑을 사람이 없어서 투표 포기하고 친구들과 나들이 갈 예정"이라며 "정치에 관심을 가지라고 하는데, 관심을 갖게 하는 것도 정치인의 몫"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혐오 정치가 청년 세대에 정치 혐오를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 역대급으로 투표율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에도 MZ세대에서 만큼은 저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년간 대학 강의를 해봤지만, 이번 총선만큼 관심이 떨어진 건 처음"이라며 "젊은 세대 사이에서 '왜 자기들 바쁜 일에 우리를 이용하나'라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인데, 양당이 민생이 아닌 극단적 심판론을 꺼내 들면서 정치권에 대한 냉소적 태도가 증폭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 연구센터 소장은 "MZ세대는 '탈이념' '탈정치' '실용적'이 특징이라 심판론 같은 정치적 이슈에 관심이 없다"며 "결국 자신한테 누가 도움 되는 이야기를 하는지 보고 투표를 하는 이들인데, 요 며칠 정치 뉴스를 보더라도 도저히 그런 이들이 보이지 않으니 나서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hy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