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 심판은 개혁" 심판론 맞불 與…'한동훈 때리기' 집중 野

한동훈 "이재명 조국 같은 범죄자들 정치에서 치워버리겠다"
이재명 "경제 폭망 칼틀막 정권" 이해찬 "與대표 욕설까지 퍼부어"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2024.3.28/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장성희 기자 = 22대 총선이 30일로 꼭 11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는 '이조 심판론'과 '정권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우며 강하게 맞붙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의 정권 심판론에 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겨냥한 '이조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정권심판론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며 '한동훈 때리기'에 집중했다. 여야 모두 네거티브 전략으로 지지층 결집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공식 선거운동 둘째날인 29일에도 이조 심판론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날 평택 송탄시장 지원유세에서 "이 대표나 조 대표 같은 범죄 관련자들을 정치에서 치워버릴 것"이라며 "이조심판은 민생 개혁이고 정치 개혁이다. 우리는 그런 범죄자들과 맞서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공동선대위원장도 같은 날 부산 연제구 거제시장 지원 유세에서 "조국이고 이재명이고 전부 다 제대로 된 사람인가. 전부 다 범죄에 연루돼 재판받고 수사받는 사람들"이라면서 "죄지은 사람이 대한민국에 떵떵거리고 돌아다니고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을 하겠다는 게 제대로 된 나라인가. 막아야 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거대책위원장도 가세했다. 인 위원장은 전날 MBC라디오에서 야권의 '정권 심판론'에 대해 "너무 너무나 웃긴 얘기"라고 꼬집었다. 그는 "2년 동안 발목 잡고 힘들게 하고 독선하고 정쟁했다. 심판받아야 될 자들은 우리가 아니라 민주당이다. 민주당이 심판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갈수록 발언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한 위원장은 공식 선거운동 첫날(28일) 유세 과정에서 이 대표와 조 대표를 겨냥해 "정치를 개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이지 정치 자체는 죄가 없다"는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써 논란이 됐다.

민주당은 연일 정권 심판을 강조하고 있다. 이 대표는 28일 대통령실 인근 서울 용산역에서 선대위 출정식을 열고 "민생은 파탄나고 경제는 폭망했다. 입틀막 칼틀막을 일삼아온 정권의 폭력 땜에 세계에 자랑하던 모범적 민주국가 위상도 추락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민주당은 '정치를 개같이 하는 문제'라는 한 위원장의 발언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민주당은 선대위 전략본부가 작성해 전날 전국 후보자 캠프에 배포한 공문에서 한 위원장의 발언 논란에 대해 집중 공세를 이어갈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해찬 공동선대위원장은 전날 경기 성남 분당갑 이광재 후보 선거캠프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여당 대표는 상대방에게 할 수 없는 욕설까지 퍼붓고 있다"며 "겸손하고 진중하게 품위있는 유세, 선거운동 통해 국민들이 드높은 심판의지를 다잡는데 전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같은 날 YTN라디오에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한 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홍 원내대표는 "같은 표현이라도 비대위원장으로서 해야 될 표현은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깔끔하게 발언을 취소하고 '제가 어제 발언은 경솔했다. 사과드린다' 이렇게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KBS라디오에서 "선거 첫날부터 거의 욕설에 가까운 발언들이 나와서 굉장히 유감"이라고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한 위원장이 '국민의 용서를 구하는 마음으로 진심을 담아서 정치쇄신을 약속드린다. 딱 한번만 더 저희를 믿어달라'고 호소한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검건희 종합 특검법, 한동훈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 통과에 동의하고 정당한 법적 응징을 받은 후 용서를 구하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처럼 선거가 네거티브 양상으로 흐르면서 유권자들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정권 심판론이 강하게 불고 있는 배경에는 여당이 중도층 표심을 사로잡을 만한 정책 공약이나 대야 공세를 넘어서는 여당만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여당은 국정능력과 민생으로 승부를 봐야하는데, 너무 심판론으로 가고 있다"며 "조국혁신당 바람과 맞물리면서 선거 구도가 현재까지는 윤석열 심판 쪽으로 흐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도 "여당에서 야당 심판론을 내세우는 것은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사례"라며 "여당이 야당의 정권 심판에 대응하기 위한 프레임으로 야당 심판을 얘기하고 있는데, '이조 심판' 프레임이 얼마나 효력이 있을지는 선거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