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가호호공명선거대한당 들어봤나요?…'웃픈 '당명 작명 촌극
연동형 비례제에 정당만 총 38개…급조한 원외 군소정당 난립
투표용지 51.7cm 최장 불명예…'가나다' 순번에 작명 경쟁 치열
- 노선웅 기자
(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4·10 총선에 비례대표 후보를 낸 정당이 38개에 달하는 가운데 투표용지 순번을 놓고 '가가', '가가호호', '히시태그'와 같은 치열한 작명 경쟁이 펼쳐지는 등 웃지못할 촌극이 벌어졌다.
지난 2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 비례대표 후보를 낸 정당은 지난 21대 총선 때보다 1개가 늘어난 38개다.
연동현 비례대표제가 유지됨에 따라 급조된 정당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이로 인해 유권자들은 역대 최장인 51.7㎝의 투표용지를 받아 들게 됐고, 비례대표 투표용지는 100% 수개표가 불가피해 개표 소요시간도 역대급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원외 군소정당이 난립하는 부작용도 한층 커진 모습이다. 특히 공직선거법상 원외 정당은 당명의 '가나다' 순에 따라 투표용지 순번이 결정돼 당명에 '가'와 '하'를 넣어 맨 위와 아래를 차지하려는 때 아닌 당 작명 경쟁도 펼쳐졌다.
'가가호호공명선거대한당'이란 이름의 당을 창당한 민경욱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의 당이 맨 윗줄에 위치한 원외 정당 목록을 올리고 "1등입니다!"라고 적었다.
하지만 국민참여신당이 '가가'를 앞에 붙여 '가가국민참여신당'으로 등록, 기호 10번을 차지하면서 원외 정당 중 가장 앞 순번을 받게 됐다. 비례대표 투표에서 기호 1~9번은 1명 이상 현역 의원이 소속한 원내정당이 차지했다.
비례대표를 낸 38개 정당 중 원외 정당이 29개, 그중 '가'로 당명이 시작되는 정당만 4개에 달했다. 이에 투표용지 순번 상위권인 기호 10~13번은 가가국민참여신당(10번), 가가호호공명선거대한당(11번), 가나반공정당코리아(반공정당코리아, 12번), 가락특권폐지당(13번)이 차지했다.
반대로 맨 아래를 차지하기 위해 당명을 바꾼 곳도 있다. 지난달 국민정책당이라는 이름으로 창당해, 한 달 만인 지난 20일 당명을 새로 지은 '히시태그국민정책당'이 그 예다. 국민정책당이라는 기존 당명 앞에 #를 붙였는데, 맨 마지막을 차지하기 위해 '해시태그'가 아닌 '히시태그'로 등록했다.
이 같은 급조 군소정당 난립과 그로 인한 당 작명 경쟁에 정치권에선 '정치 희화화'라는 자조섞인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기존 당명과 뚜렷이 구별되어야 한다'는 정당법 41조 외에 당명을 규제할 별다른 근거가 없어 해결은 당분간 요원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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