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핫플] 국힘·진보당 택했던 전주을…"누가되든 물가만 낮춰라"

민주 이성윤 vs 국힘 정운천 vs 진보 강성희 3파전
"무조건 민주당 분위기 아냐" "그래도 국힘 힘들것"

4·10 총선에서 전북 전주을에 출마하는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후보·정운천 국민의힘 후보·강성희 진보당 후보(왼쪽부터)

(전주=뉴스1) 이밝음 기자 = "누가되든 물가만 낮춰주고 서민들만 먹고살게 해주면 좋겠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북 전주 한옥마을을 찾았던 지난 15일, 인근 슈퍼마켓에서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던 주민 김정순씨(70·가명)는 "선거에서 누가되든 관심 없다. 먹고살기 바빠 죽겠다"며 손을 내저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슈퍼 주인은 "여기 살면서 처음으로 (사람들이) 많이 온 것 같다. 저번에 조국(조국혁신당 대표)이 왔을 때도 이렇게 많이 안 왔다. 한 시간 동안 장사를 못했다"면서도 "대부분이 외지 사람인 것 같더라"고 시큰둥하게 말했다.

◇정운천·강성희 당선됐던 전주을, 22대 총선 선택은

지난 15~16일 만난 전주을 주민들은 과거처럼 민주당 쏠림 분위기는 줄었다면서도 국민의힘 후보 당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불만과 함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향한 동정 여론도 감지됐다.

전북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전주는 민주당 세가 강하지만, 전주을에선 지난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소속이던 정운천 의원이 당선되기도 했다. 지난 보궐선거에선 진보당 후보였던 강성희 의원이 당선됐던 만큼 이번 4·10 총선에서도 각 정당들이 가장 주목하는 호남 지역구 중 한 곳이다.

국민의힘과 진보당은 이미 한 차례 당선 경험이 있는 전주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공략에 나섰고, 민주당은 이에 맞서 텃밭 되찾기에 집중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을 공천했고, 국민의힘에선 정운천 의원이 3선에 도전한다. 현역 강성희 진보당 의원도 출사표를 던졌다.

전북 전주을에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진보당이 4·10 총선 3파전을 벌인다. 사진은 왼쪽부터 이성윤 민주당 후보·정운천 국민의힘 후보·강성희 진보당 후보 선거 사무소 전경.2024.3.17/이밝음 기자

◇"'무조건 민주당' 분위기 줄었지만…국민의힘 당선 쉽지 않아"

김씨와 함께 슈퍼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70대 A씨는 "'무조건 민주당을 뽑아줄 거야' 이런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고 귀띔했다.

전주에서 35년을 살았다는 김씨는 "정운천 (의원)이 있어서 어떨지 모르겠다. 정운천 (의원)은 인지도가 좀 있다"면서도 "정부와 여당도 김건희 (여사) 문제로 시끄러우면서 왜 민주당과 조국 (대표)에게만 뭐라고 하나. 물가는 안 잡고 디올 가방으로 시끄러웠지 않았냐"고 정부를 비판했다.

반면 전주 한옥마을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50대 남성 B씨는 아르바이트생과 함께 카페 마감 준비를 하면서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어서 윤석열 정권이 아니라 민주당 정권 같다. 최저임금이 너무 올랐고 주 52시간, 중대재해처벌법도 빨리 없애야 한다"며 "민주당에서 우파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다만 B씨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국민의힘에서 당선되기는 힘들다. 민주당 텃밭인 게 아직은 바뀌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16일 만난 택시 운전사 이정혁씨(83·가명)는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시켜야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뭘 잘못했다고 비판하냐"며 "조국 (대표)은 또 무슨 죄를 지었나. 곤욕을 치러서 불쌍하다. 표를 쪼갤 수 있으면 나눠서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정운천 (의원)은 지난번엔 한 번 밀어주자고 바람이 불었는데 이번엔 그런 기미가 없다"며 "진보당도 안 되고 여긴 민주당 밖에 안 된다"고 했다.

여야 모두에 불신을 드러내는 목소리도 있었다. 옆에서 듣던 택시 운전사 C씨는 "어떤 놈을 뽑아놔도 마찬가지"라며 "도청소재지인데 전북에서 제일 발전 못하고 낙후된 곳이 전주다. 새만금을 정치권에서 매번 이용해 놓고 제대로 해준 게 있냐"고 언성을 높였다.

60대 여성 D씨는 "비슷비슷한 후보들 중에는 그나마 강성희 의원이 때가 덜 탔을 것 같다"고 했고, 30대 여성 이모씨는 "민주당만 항상 뽑아주다 보니 발전이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힘있는 제1야당" vs "여당 일꾼" vs "검찰 독재 심판"

전주을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정운천 의원이 111표 차이로 당선된 곳이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사이에서 진보층 표심이 나뉜 영향도 있지만 당시 전북 지역 다른 새누리당 후보들이 10% 이상을 못 얻었던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21대 총선에선 정 의원이 비례대표로 출마하면서 이상직 민주당 후보가 62.54% 득표율로 당선됐고, 이수진 미래통합당 후보는 6.57% 득표에 그쳤다. 이상직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치러진 재선거에선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으면서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39.07%로 당선됐다. 민주당 출신 임정엽 무소속 후보가 32.11%, 김경민 국민의힘 후보는 8%를 얻었다.

전주을에 해당하는 서신동과 삼천 1~3동, 효자 1~5동의 득표율만 살펴보면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82%, 윤석열 대통령은 15%를 기록했다. 전북 전체에서 윤 대통령 득표율인 14.42%보다는 소폭 높은 수치다. 전북도지사 선거는 김관영 민주당 후보가 80.5%, 조배숙 국민의힘 후보가 19.5%를 기록했는데, 전북 전체에선 조 후보 득표율이 17.88%를 기록했다.

후보들은 저마다 자신감을 나타냈다. 3선에 도전하는 정운천 의원은 뉴스1에 "이번 선거는 싸움꾼 대 일꾼의 대결"이라며 "전북특별자치도의 미래를 위해서 관련 법과 특례 규정과 예산을 걸맞게 가져오려면 여당 의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성희 의원은 "이번 선거는 윤석열 검찰 독재를 심판하는 선거이기 때문에 민주당 후보와 진보당 강성희의 2파전"이라며 "전북이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민주당 1당 독주이기 때문이다. 당선되면 민주당과 전주 발전을 위한 실질적 경쟁을 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이성윤 후보측 관계자는 "(강성희 의원은) 결국엔 윤석열 정권하고 싸워야 할 때 전북특별자치도 행사에서 입이 막히는 상황이 있었다. 소수 정당의 목소리도 필요하겠지만 제1 야당으로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은 이성윤 후보)"라며 "정운천 의원은 여당 국회의원으로 새만금 예산 삭감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brigh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