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돈봉투 논란에 후보 교체 '초강수'…"다른 세력보다 엄격"
국힘 공관위, 세번째 공천 취소…중원 공략 차질 우려한 듯
한동훈 "부정부패에 다른 정치 세력보다 엄격해야 한다는 기준"
- 박기호 기자, 신윤하 기자, 김예원 기자
(서울·김해=뉴스1) 박기호 신윤하 김예원 기자 = 국민의힘이 14일 돈봉투 수수 의혹이 제기된 정우택 국회 부의장의 충북 청주상당 선거구 공천을 취소했다. 치열한 경선을 뚫고 공천장을 따냈던 후보를 총선 27일을 앞둔 시점에 전격적으로 교체하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국민 눈높이, 깨끗한 공천을 표방해 왔던 국민의힘이기에 정 부의장 관련 의혹이 공천 전반에 미칠 악영향과 전체 선거판에 미칠 파장 등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논의 끝에 정 부의장의 충북 청주상당 공천을 취소하고 서승우 전 대통령실 자치행정비서관을 우선추천(전략공천)하는 안을 의결했다.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정 후보에 대한 불미스러운 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국민의힘이 강조해 온 국민의 눈높이 및 도덕성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안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 부의장은 카페업자 A씨에게 봉투를 받는 CCTV 영상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돈봉투 수수 의혹에 휩싸였다. 정 부의장 측은 봉투를 돌려줬다고 반박했지만 A씨 측은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공방이 계속됐다.
첫 의혹이 제기된 후 한 달이 지나도록 해결 기미는커녕 되레 논란이 확산되자 결국 공관위가 칼을 빼들었다.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데다 결론을 도출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방어가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영환 위원장도 "보도가 많이 났고 계속 나오기 때문에 긴급하게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이 그간 강조했던 '국민의 눈높이'라는 기준 역시 후보 교체의 주요 배경이다. 한동훈 위원장은 이날 경남 김해시에서 열린 학부모 간담회에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정 부의장의 공천 취소에 대해 "혐의 유무에 대한 판단은 저희가 한 것은 아니다"라며 "저희는 그럴 권능도 없고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만 보더라도 정확하게 혐의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고 얼마 남지 않은 총선에서 공직 후보로서 (정 부의장을) 제시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판단을 공관위에서 한 것"이라며 "부정부패에 있어선 다른 정치 세력보다 엄격해야 한다는 기준을 갖고 있다. 그런 차원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당장 이번 선거의 승부처인 중원 지역에 미칠 영향도 계산했을 것으로 보인다. 역대로 전국 단위 선거에선 충청권 등 이른바 중원 지역의 결과는 승패를 갈랐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8석이 걸린 충북에서 3석에 그쳤다. 정 부의장이 출마한 청주의 경우 4곳의 선거구에서 전패했다. 한 위원장이 지난 5일 전국 순회 방문 두 번째 일정으로 청주를 찾은 것도 중원 공략의 일환이다. 국민의힘은 정 부의장에게 제기된 논란이 중원 지역으로 확산할 것을 우려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공관위가 공천을 취소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공관위는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는 김현아 후보(경기 고양정), 뇌물수수 의혹이 제기된 박일호 후보(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의 공천을 취소했다.
정치권에선 정 부의장 공천 취소를 기점으로 과거 막말 및 부정 경선 의혹이 제기된 후보들에 대한 정리 작업이 이뤄질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한 위원장은 자당 후보의 발언 논란에 대해 "정치인이 아니었다고 해서 모든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정치인, 후보로서 정치를 하려는 사람과 공직을 맡은 사람이 하는 발언에 무게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 이후에도 반성의 정도라든가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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