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율 희박했다"…국힘 재배치 '현역 저격수들' 고민

22대 총선 D-31…국민의힘, 낙동강 벨트·수도권 현역 의원 전략 공천
인지도·조직력으로 여당 열세 지역에서 승부…'현역 물갈이' 비판도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22대 총선을 한 달 앞두고 국민의힘 공천 작업이 마무리 수순을 밟는 가운데 현역 의원들이 재배치된 지역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에게 맡겨진 임무는 더불어민주당 현역들을 꺾거나 험지에 깃발을 꽂으라는 것이다. 승률에 따라 국민의힘 선거판세가 달라질 수 있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생환이 쉽지 않다.

수도권 및 낙동강 벨트 등 여당이 열세를 보였던 지역에서 현역 의원의 강점인 인지도와 조직력을 활용해 표심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일부 재배치의 경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이 지역 연고가 없거나 선거를 한 달 앞두고 이뤄진 탓에 제대로 된 선거 운동이 어렵다는 불만도 감지된다.

10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PK 지역 중 야당 강세 지역인 '낙동강 벨트'엔 3선 이상의 중진 의원들이 주요 저격수로 재배치됐다. 5선 서병수 의원은 현 지역구인 부산 부산진갑에서 북구갑으로 옮겨 이번 총선에 출마한다.

부산 북구갑은 18,19대 총선에선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새누리당이, 20,21대 총선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하는 등 낙동강 벨트의 주요 격전지 중 하나다. 20년 넘게 부산 북구에서만 정치를 이어온 전재수 의원을 상대하기 위해 해운대구청장, 부산시장 등의 행정 경험이 풍부한 서 의원을 당 차원에서 차출했다는 평가다.

경남 양산을엔 3선을 지낸 김태호 의원이 현 지역구인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군에서 이곳으로 출마지를 옮겨 선거를 치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을은 선거구 개편 후 지난 20,21대 총선 모두 2%p가량의 근소한 차이로 민주당이 의석을 가져간 지역이다. 지난 총선에선 1500표 가량(1.68%p) 차이로 김두관 의원이 승리를 거뒀다. 이번 김태호 의원의 출마로 전직 경남지사 간 맞대결이 성사돼 관심을 끈다.

경남 김해을엔 밀양·의령·함안·창녕에 현 지역구를 두고 있는 3선 조해진 의원이 출마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묘역이 있는 김해시는 경남 지역 중에서도 민주당 지지세가 높아 낙동강 벨트의 험지로 손꼽히는 도시다. 야당에 선 이곳에서 재선을 지낸 김정호 의원이 3선에 도전한다.

초·재선 의원의 경우 강남 등 양지에서 여당이 열세를 보이는 수도권 지역구로의 재배치가 이뤄졌다. 재선인 이용호 의원은 전북 남원·임실·순창에서 당의 요청으로 서대문갑에 출마한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청년 전략 특구'로 지정한 서대문갑에선 권지웅 전 비상대책위원과 김규현 변호사, 김동아 변호사가 3인 경선을 치른다.

서울 서초을 재선 의원인 박성중 의원은 당 협의 과정을 통해 이번 총선에서 경기 부천을에 출마를 선언했다. 해당 지역구는 19~21대 총선에서 설훈 새로운미래 의원이 3선을 지내는 등 보수 정당엔 험지로 분류되는 곳이다.

초선 의원이자 서울 강남병에 지역구를 둔 유경준 의원은 경기 화성정에 공천됐다. 동탄 등 신도시 인구 증가로 신설된 화성정 지역은 21대 총선까지만 해도 화성을로 분류됐는데, 당시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4.53%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2위 후보와 30%에 달하는 표차로 3선에 성공했다.

이런 현역 의원들의 지역구 재배치는 수도권 및 낙동강 벨트에서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는 당 내부의 전략적 판단이 깔린 것이다. 지난 21대 총선에선 낙동강 벨트 지역구 9곳 중 5곳을, PK 지역구 40석 중 7석은 민주당이 가져간 만큼 해당 지역에서 우세를 점해야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지도나 조직력 측면에서 현역 의원이 강점을 가진다는 점도 재배치 이유로 꼽힌다. 서울 강남을에서 서대문을로 재배치된 박진 의원은 서울 종로에서 3선을 지내다 21대 총선에서 강남을 지역에 출마 후 당선됐다. 서 의원도 당시 부산 해운대·기장갑에서 4선을 지내다 21대 총선에서 부산 부산진갑에 전략 공천돼 당선된 이력이 있다.

다만 일부 재배치의 경우 해당 의원들의 지역적 연고 및 조직 기반이 전무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기회의 탈을 쓴 현역 물갈이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지난 21대 총선만 보더라도 지역구를 바꿔 출마한 현역 의원들의 성적표는 초라한 실정이다. 인천시장을 지낸 안상수 전 의원은 행정 경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천 동·미추홀 재배치 후 낙선했다. 서울 서초갑에서 3선을 지냈던 이혜훈 전 의원도 서울 동대문을에 재배치됐지만 당선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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