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읽기] 비전 프로와 공간컴퓨팅 그리고 디지털 공간경제 시대
2007년 특허 도면에 존재하던 애플의 공간 컴퓨터가 2024년 2월 비전 프로(Vision PRO)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었다. 초기 비전 프로 장치에는 사용자의 얼굴 양쪽에 냉각 팬(cooling fan)이 있었고 팬에서 나온 전선들은 다른 방에 있는 슈퍼컴퓨터와 연결되었다고 하니 그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긴 시간 동안 애플은 5000개의 핵심기술 특허를 확보하며 최초의 공간 컴퓨터인 비전 프로를 완성했다. 상상하던 미래가 눈에 보이는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애플은 비전 프로 출시와 함께 공간컴퓨팅 시대(Era of spatial computing)를 선언하며 디지털 패러다임의 혁명적 변화를 예고했다. 팀 쿡 애플 CEO는 "과거 맥(Mac)이 개인 컴퓨터를, 아이폰이 모바일 컴퓨팅의 시대를 열었던 것처럼, 비전 프로를 통해서 공간컴퓨팅 시대를 선보이게 될 것이며 비전 프로는 오늘 만나볼 수 있는 내일의 기술"이라고 언급했다. 애플은 공간 컴퓨터를 사용자가 현실 세계 및 주변 사람들과의 연결성을 유지하도록 지원하면서 디지털 콘텐츠와 물리적 세계를 매끄럽게 어우러지게 하는 혁신 기기라고 설명했다. 컴퓨팅(Computing)의 패러다임이 PC, 모바일을 넘어 이제 공간(空間)으로 진화하고 있다.
공간컴퓨팅 혁명은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까? 먼저, 새로운 디지털 공간경제가 부상하여 디지털 경험 재창조(Reinvent)를 통해 경제 전반의 변화가 촉발될 것이다. 기존의 컴퓨팅 방식은 마우스와 키보드를 주 입력장치로 활용하고 제한된 현실의 스크린 화면을 통해 상호작용했다. 공간컴퓨팅 시대에는 가장 자연스럽고 직관적인 입력 체계인 사용자의 눈, 손, 음성을 통해 컴퓨터와 상호작용한다. 또한, 전통적인 화면의 한계를 벗어나 가상 융합 공간 캔버스를 통해 모든 경험이 사용자의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것 같은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이에 기존의 평면적인 디지털 환경에서 소통하고, 놀고, 일하는 방식이 디지털 공간으로 변화하는 새로운 디지털 공간경제가 부상할 것으로 예측된다. 공간컴퓨팅 환경에서는 일할 때 화면의 제약이 없고, 통화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실물 크기로 구현되며 공간 음향도 적용되어 통화 상대방이 위치한 곳에서 음성이 들리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동안 인터넷 기반의 화상회의로 많이 활용되었던 줌(ZOOM)은 비전 프로 출시에 맞추어 비전 프로 전용 앱을 만들어 출시하였다. 영화 감상하는 방식도 바뀔 것이다. 공간 컴퓨터를 활용하면 모든 공간이 100피트만큼 넓게 느껴지는 화면과 첨단 공간 음향 시스템을 갖춘 개인 영화관으로 탈바꿈된다. 디즈니는 비전 프로용 3D 영화 42편을 공개했으며 계속 출시를 확대할 전망이다. 공간컴퓨팅을 통해 광범위한 몰입 경험을 제공하는 새로운 게임 유형도 탄생하고 있다. 포켓몬고 제작사 나이언틱은 애플 비전 프로 전용 스케이트보드 게임 스캐트릭스(SKATRIX)를 선보였다.
두 번째 변화는 공간컴퓨팅과 AI 융합의 가속화로 새로운 혁신 모델이 지속 등장한다는 것이다. 공간컴퓨팅과 AI 융합으로 디지털 공간 제작, 상호작용 방식이 혁신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전 세계를 AI 열풍으로 몰아넣고 있는 챗GPT가 비전 프로에 탑재되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비전 프로용 챗GPT 앱을 만든 것이다. 이제 챗GPT는 다양한 아바타의 모습으로 디지털 공간에서 우리와 함께 할 것이다. 애플은 2023년 12월 공간 컴퓨터인 비전 프로에서 구현될 디지털 아바타를 AI로 만드는 기술 'HUGS(Human Gaussian Splats)'를 공개했다. 이를 활용하면 별도의 3D 스캐닝 장비 없이도 동영상 속 인물을 실제 인물과 같은 모습으로 빠르게 디지털 아바타로 만들 수 있다. 또한, AI로 디지털 공간, 객체를 제작하는 방식이 확산 중이며 이에 기반한 혁신 사업 모델이 공간 컴퓨터 운영체제 비전 OS에 구동될 전망이다. 어도비는 5초 만에 2D 이미지를 3D로 바꿀 수 있는 AI를 선보였으며, 애플의 비전 프로에 자사의 생성 AI '파이어 플라이(Firefly)' 등 다양한 도구를 지원하는 앱을 배포했다. 이제 이용자는 비전 프로에서 어도비의 생성 AI 도구를 이용해 대형 사진 편집과 섬세한 작업까지 수월하게 할 수 있다. 비전 OS는 공간컴퓨팅을 위해 기초부터 새롭게 만든 최초의 운영체제이며 애플은 다양한 개발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2023년 6월에 SDK(Software Development Kit)를 출시했다. 모바일 컴퓨팅 시대, 애플 앱스토어에 약 186만 개, 구글의 플레이스토어에는 약 360만 개의 앱이 존재하는 것처럼, 공간컴퓨팅 시대에는 AI와 디지털 공간이 융합된 혁신 사업 모델이 등장할 것이다.
세 번째는 공간컴퓨팅 시대에는 단일 기기를 넘어 다양한 사물과 생태계 기반의 복합 경쟁(complex competition)이 전개된다는 것이다. 공간컴퓨팅은 디스플레이, TV, 노트북, 안경(Glass), 새로운 형태의 다양한 기기들과 융합되면서 진화하고 있다. 소니는 현실 3D 공간 이미지로 재현한 27인치 공간 디스플레이 프로토타입을 공개했으며 사이트 풀(Sightful)은 디스플레이 화면이 없이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안경으로 노트북을 사용하는 세계 최초의 증강현실(AR) 노트북을 공개했다. 메타는 2024년 AI가 안경에 포함된 스마트 안경 출시를 통해 AI와 공간컴퓨팅이 결합 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전망이다. 또한, 메타, 피코 등 주요 기업은 공간컴퓨팅 관련 기기를 지속 출시해왔고 삼성, 구글, 퀄컴은 연합을 구축했으며, 소니, LG 등 많은 기업이 공간컴퓨팅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애플, 삼성 등은 반지(Ring), 장갑(Glove) 등 다양한 착용(Wearable) 기기 특허를 내는 등 공간컴퓨팅과 연관된 다양한 기기들도 지속 출현할 전망이다.
이제 PC, 모바일 컴퓨팅 시대를 잇는 공간컴퓨팅 혁명의 시대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부상하는 새로운 디지털 공간경제를 대비한 혁신 비즈니스 모델 발굴하고 일하는 방식의 변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공간컴퓨팅과 AI 융합의 가속화 추세를 살피고 도입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또한, 공간컴퓨팅 경험자 이용자 분석을 통해 고객 경험을 재창조(Reinvent)하고 복합 경쟁 속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생태계 협력 체계 구축, 다양한 사물과의 연동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공간컴퓨팅이 풀어야 할 과제에 주목하며 변화의 속도를 가늠해야 한다. 비전 프로의 경우, 초기 제한된 공급량, 높은 가격, 무게, 배터리 지속 시간 등 아직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가 남아있다. 안전 문제 등 다양한 정책 이슈도 제기될 것이다. 비전 프로가 출시되고 초기 구매자들이 이를 착용하고 거리를 활보하거나, 비전 프로를 착용한 상태로 운전을 하는 등 다양한 영상이 인터넷에 공유되었으며 이에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성명을 통해 비전 프로를 쓴 채로 운전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새로운 디지털 공간경제 시대가 열리고 있다. 혁명의 초기에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과 문제점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보자.
/이승환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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