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권 심판' 통합비례정당 "합류"vs"독자"…녹색정의당 기로

17일 오후 전국위원회 회의에서 합류 여부 결정…실리냐 명분이냐 고심
'찬성파' 배진교 원내대표 사임, '반대파' 녹색당은 반발…내부 갈등도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략협의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2.1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녹색정의당이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비례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 상황을 고려해 생존해야 한다는 주장과 진보 정당으로서의 독자적인 위상과 노선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시선은 전국위원회로 쏠리고 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녹색정의당은 오는 17일 전국위원회 회의를 개최해 비례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김민정 녹색정의당 대변인은 지난 15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녹색정의당은 '윤석열 정권 심판 총선'이라는 국민들의 요구를 받아 안는 총선 방침 결정을 위해 2월17일 오후 7시 전국위원회 회의를 개최한다"며 "이 회의에서 민주당이 공개적으로 제안한 민주당 주도의 비례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민주당이 병립형 회귀까지 논의했던 입장을 바꿔 준연동형 유지와 연합정치를 공개적으로 제안해 온 점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판단한다"면서도 "여전히 위성정당을 만들겠다는 아쉬운 지점이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고 말했다.

녹색정의당 측 핵심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전날 전략협의회에서 전국위를 열자고 결정됐다"며 "(지도부에서) 결정해도 좋지 않으냐라는 의견이 있었지만 반대 의견을 경청하는 것도 책임 정치의 측면에서 절차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전국위를 통해 의결하자고 얘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합류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면서도 "합류하기 어렵다는 게 저는 중론으로 느낀다"고 덧붙였다.

앞서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 추진단은 지난 13일 첫 연석회의를 열었다. 박홍근 민주당 추진단장은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녹색정의당의 동참을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요청하면서 공동의 노력을 다하기로 했다"며 "(녹색정의당이) 조속히 결정을 내려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창당 준비 시한을 거론하며 이번 주말을 제시했다.

이를 두고 녹색정의당 내에서는 내홍이 이어졌다. 장혜영 의원 등은 공개적으로 참여를 반대하고 있다. 지난 21대 총선 때 정의당이 민주당의 '위성정당' 참여 제안을 단칼에 거절한 것처럼 진보정당의 독자성을 포기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번에 합류한 녹색당 세력도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녹색당은 지난 9일 페이스북을 통해 "녹색정의당은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제안을 즉각 거부하라"며 "국민의힘의 칼에 맞서는 방패라는 명목으로 소수정당의 설 자리를 빼앗는 것이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가치중심 선거연합정당을 통해 민심 그대로 선거제도 개혁의 취지를 살리고 원칙과 가치가 실현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녹색정의당은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 참여를 단호히 거부하며 거대양당의 폭거에 함께 저항하고 역사 앞에 떳떳하게 설 것을 천명하라"고 강조했다.

강한 반대가 이어지자 합류에 찬성하는 배진교 전 원내대표는 14일 원내대표직을 던지기도 했다.

배 전 원내대표는 "저는 녹색정의당 대표단의 일원으로서 현 상황에 대한 한계와 책임을 통감하고, 더 이상 강력한 연합정치 추진도 원내대표직 수행도 어렵다고 판단해서 원내대표직을 사임하게 되었다"며 "정권심판을 요구하는 뜨거운 민심에 야권이 부응하지 못하고, 윤석열 정권에게 총선 승리를 헌납하게 된다면 그 후과는 상상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배 전 원내대표는 "더욱이 녹색정의당은 진보 대표정당으로서 이러한 민심의 요구에 무거운 책임감으로 응답해야 한다"며 "안타깝게도 현재 녹색정의당은 녹색당 지도부와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책임있는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도부는 입장을 정했지만 충분한 토론을 거친 후 발표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입장이 정해졌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제 개인적으로 검토하고 어느 정도 입장에 서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김 상임대표는 통화에서 "당내 다양한 의견들이 공존하고 있어서 민주적 소통 절차를 거쳐 이번 주 안에 결정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bc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