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서울의봄' 與 '건국전쟁'…총선 두달 앞 영화관 꽂힌 '정치 코드'

여야, 역사적 인물로 지지층 결집·영화로 중도층 확장 노려
'살인자 o난감' 등장인물 이재명 연상 논란에 넷플릭스 "사실무근" 해멍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2.1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4·10총선을 2개월 남겨둔 가운데 여야 인사들이 전직 대통령 등 각 진영의 주요 인사를 소재로 삼은 영화를 공개 관람하거나 후기를 남기는 등 유권자들의 표심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책위원장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영화관에서 당직자들과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을 부각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을 관람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영화 관람을 마친 뒤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오게 되는 데 굉장히 결정적이고 중요한 결정을 적시에 하신 분"이라며 "그분의 모든 것이 미화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굉장히 중요한 시대적 결단이 있었고, 그 결단을 충분히 곱씹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식, 박수영 등 현역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나경원, 원희룡 등 보수 진영 인사들도 영화를 관람한 뒤 영화 첫 장면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첨부하는 등 후기를 남겼다. 이들은 "오는 4월 총선은 제2의 건국전쟁", "이 전 대통령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이끌어냈고 이를 바탕으로 우린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등 글을 올리며 영화 시청을 독려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길위에 김대중' VIP시사회에서 참석자들과 영화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부겸 전 국무총리,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 이 대표,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2023.12.18/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영화 속 인물을 통해 지지층 결집을 도모하는 건 야당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12월 서울 용산의 한 영화관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다큐멘터리 영화 '길 위에 김대중' 시사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날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과 영화를 관람한 이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이 열어젖힌 민주주의의 길을 잘 지켜나가도록 노력하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해당 영화는 문재인 전 대통령도 경남 양산 지역 예비후보들과 함께 관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이같은 '릴레이' 관람은 역사적 맥락을 활용해 지지층 결집을 노리고 영화라는 대중 콘텐츠를 활용해 중도층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두 거대 양당의 지지율이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연이어 집계되자 각 정당에서 총결집 상태에 힘을 쏟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흐름이 이어지자 영화를 활용한 여야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최근 웹툰 기반 넷플릭스 드라마 '살인자 o난감'의 등장인물이 이재명 대표를 연상시킨다는 논란이 대표적이다. 넷플릭스 측은 이와 관련해 "사실무근"이라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여전히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출마를 선언한 원 전 장관은 13일 자신의 SNS에 '살인자 o난감'의 등장인물 중 한 명의 외모와 초밥 식사 장면, 죄수 번호, 딸 이름까지 이재명 대표를 연상시킨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고 말하며 서울중앙지법 등에서 진행 중인 이 대표 관련 재판을 언급하기도 했다.

올해 2월 기준 누적 관객 수 13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서울의 봄'의 경우 영화 속 신군부 쿠데타 내용은 보수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며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당시 여당 의원들은 영화 속 군부 독재와 현 정부의 '검찰 독재'를 연관 지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한국은 1945년부터 냉전 체제가 80년째 유지가 되는 등 이념 전쟁의 소재로 삼을 만한 소재가 많다"며 "각 정당에서 지지층 결집과 중도 확장을 위해 영화 등 예술 전반으로 진영 전쟁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