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뒤집고 꼼수 위성정당 선언…이재명 노림수는

제3세력 범진보 통합 가능성 높여 야권연대로 윤정부 심판 유리 판단
문재인 회동 후 전격 결정…친이 대 친문간 공천 갈등 구도 희석 의도 깔린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광주시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해 참배 이후 기자회견을 갖고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2.5/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대선 대표 공약인 위성정당 금지를 뒤집고 현행 준연동형 유지에 나아가 '통합형 비례정당'을 내세웠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공약으로 위성 정당 금지와 연동형 비례제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벌써 여당을 중심으로 '꼼수'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 대표는 총선 승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승부수를 띄웠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광주 국립5·18민주묘지 참배 후 "과거 회귀가 아닌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며 "정권 심판과 역사 전진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위성정당 반칙에 대응하면서 준연동제 취지를 살리는 통합형 비례정당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간 민주당 내부에선 소수 정당의 국회 진출 보장을 위해 현재 준연동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명분론과 총선 승리를 위해 병립형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부딪혀왔다.

이 대표는 연동형 비례제라는 대선 공약에도 불구 지난해 11월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병립형에 힘을 실었지만, 당내 정치 혁신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반발이 거셌다. 이 대표가 병립형에 힘을 실은 이유는 위성정당 없는 준연동형 선거제를 유지할 경우 '국민의힘에 35석이 뒤진다'는 민주연구원의 분석 때문이다.

이에 그간 이 대표는 위성정당금지법이 입법되지 않은 상황에서 준연동형을 유지하더라도 '꼼수 위성정당'이란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고, 병립형 회귀는 대선 공약을 파기하고 거대 양당 파트너인 국민의힘과의 '야합'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사면초가에 놓인 상태였다.

지도부 역시 이 대표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전당원 투표' 카드를 꺼내 들며 병립형 선거제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이 역시 당내 논란이 이어지면서 결국 이 대표가 칼을 뽑았다는 평가다.

실제 이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위성정당을 공식화하면서 여러 차례 사과했다. 다만 정부·여당의 퇴행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란 점을 강조했다.

위성정당 역시도 국민의힘과의 차별화에 힘을 줬다. 국민의힘이 비례대표를 공천하지 않고 다른 임시정당을 만들어 공천한다면서 민주당은 소수 정당 후보도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절반의 위성정당이라며 '준위성정당'이라고도 표현했다.

결국 자신의 총선 목표치인 '1당·151석'을 위해 민주 진영 최대 연합을 꾸려 정부·여당 심판론에 불을 지핀다는 구상이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의 결단 시점도 주목받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었고 생각을 확정하기 힘든 사안이기에 2~3일 전쯤 결정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전날(4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는데 그 자리에서 선거제 관련 논의가 이어진 것 아니냐는 추측에서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이 과거 '문명정당'을 꺼내며 통합을 강조함과 동시에 '제3세력 연대'를 언급, 이 대표가 결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 대표가 준연동형제를 유지하면서 실제 친문재인(친문)계 등 당내 반발 움직임도 누그러지고 있는 모습이다.

한 정치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이 대표의 결정엔 문 전 대통령의 제3세력 연대 발언이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향후 공천 과정에서 친문 인사들의 컷오프 시 선거제를 둔 반발을 사전에 차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뉴스1ⓒ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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