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결국 이재명 결단에…길어지는 '침묵' [여의도속풀이]

병립형 회귀 우세했지만 책임 회피 지적 봇물…과거 사례도 한몫
'병립형' vs '준연동형' 가능성 여전히 유효…이재명 최종 선택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총선을 60여일 앞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내 난항을 겪는 비례대표 선거제 관련 지지부지한 논의가 결국 수장 이재명 대표의 손에 넘어갔다.

이 대표 본인이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인가'라며 자신의 대선 공약을 뒤집고 병립형 회귀를 언급, 친이재명(친명)계 위주로 전당원 투표를 주장했지만 당내외 반발이 거세지며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일 도시락 오찬 간담회 형식으로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고 선거제 관련 당의 입장을 전하는 권한을 위임하기로 했다.

강선우 대변인은 "이 대표에게 포괄적으로 위임하기로 했다"며 "이 대표의 답변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당초 홍익표 원내대표가 제시한 '이번 주 내' 결론은 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홍 원내대표는 병립형 회귀와 준연동형제 유지 두 가지 안에 대해 지도부가 결정을 내고 당내 의견을 수렴, 이후 전당원 투표를 추진하려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민주당의 침묵이 길어지는 이유로는 가장 먼저 당 내외를 막론한 백가쟁명식 반발이 꼽힌다.

민주당 내에선 소수 정당의 국회 진출 보장을 위해 현재 준연동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명분론과 총선 승리를 위한 병립형 회귀 현실론이 존재했다.

이 대표는 병립형 회귀를 암시했지만 정치 혁신에 대한 역행이란 지적과 함께 이 대표가 대선 때 공약으로 제시한 등가성 보장을 스스로 파기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도 만연했다.

이후 친명 지도부 정청래 최고위원이 지난달 28일 전 당원 투표를 제안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이에 고민정 최고위원이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당원 투표에 기대어 결정하는 것은 책임을 전가하겠다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반발하면서 논란이 가중됐다.

민주당 내 전 당원 투표 잔혹사도 다시금 거론되고 있다. 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천벌 받을 짓은 전부 당원 투표로 한다"고 비판했는데, 민주당은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비례 위성정당 창당 당시 전 당원 투표를 통해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만들었다.

또 역대급 선거 참패로 기록된 지난 2021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당시에도 '원인 제공 선거엔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당규를 전 당원 투표로 뒤집어 후보를 냈다.

결국 키는 지도부 차원의 결정, 의원총회에서의 추인, 전 당원 투표 결정 대신 이 대표가 쥐게 됐다.

현재로선 병립형 회귀, 전 당원 투표 재추진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모두 가능하다.

강 대변인은 이 대표의 의견 제시 시점과 절차에 대해 "이 대표의 답변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절차 역시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에 당 관계자는 "최고위원들의 권한을 위임한 것"이라며 "당무위, 중앙위, 전 당원 투표 등이 있으니 이 대표가 어떤 프로세스를 밟을지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동형 비례제: 국회의원 의석수 총 300석을 정당 득표율에 따라 나누고, 지역구 의석수가 정당 득표율보다 적은 당에는 비례대표 숫자를 더해 모자란 의석을 100%까지 채워주는 제도.

☞병립형 비례제 : 전체 국회의원 의석수 300석 중 지역구 253석과 비례대표 47석을 각각 별도의 투표로 뽑는 제도.

ddakb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