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운동권 저격수들' 당선될까…'86청산' 낙인효과 '충분'

韓 "운동권 심판이 시대정신"…임종석 정청래 이인영 등 겨냥 총선 전략 윤곽
"시스템공천과 배치…전략공천 땐 명확한 기준 있어야" 지적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1.2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4·10총선을 72일 앞두고 국민의힘에서 86(80년대 학번·1960년대생) 운동권을 겨냥해 '자객' 후보를 내보내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총선의 시대정신으로 '운동권 특권 정치의 심판'을 내걸고 있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총선 전략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계파색이 옅고 전문성과 인지도를 갖춘 정치인을 내세워 운동권 청산 기치를 키워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 당세가 강한 험지가 대부분이어서 출마자들의 생존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한 위원장은 29일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운동권 특권정치의 심판을 시대정신으로 말씀드린 바 있다"며 "자기 손으로 땀 흘려서 돈 벌어본 적 없고 오직 운동권 경력 하나로 수십년간 기득권을 차지하면서 정치 무대를 장악해 온 사람들이 민생 경제를 말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86운동권 세력들을 겨냥했다.

국민의힘에선 당 지도부의 기조에 맞춰 민주당 86 정치인을 겨냥한 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여권 내 대표적인 경제통 윤희숙 전 의원은 전날 서울 중구·성동구갑에 출마 선언을 했다. 이 지역에서는 문재인 정부 첫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86운동권의 상징격인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출마를 준비 중이다. 그는 한양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1980년대 학생운동을 주도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3기 의장을 지냈다.

한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임 전 비서실장과 윤 전 의원, 누가 경제 살릴 것 같습니까"라며 윤 전 의원에게 힘을 싣기도 했다.

이외에도 전대협 출신을 노린 '자객'들의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입당한 호준석 전 YTN 앵커는 전대협 초대 의장을 지낸 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 지역구인 서울 구로갑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전대협 6기 의장대행 출신인 박홍근 전 민주당 원내대표의 서울 중랑을에는 이승환 전 중랑을 당협위원장이 나선다.

앞서 김경율 비대위원은 정청래 최고위원 지역구 서울 마포을 출마 의사를 밝혔다. 정 최고위원은 1989년 서울 주한미국대사관을 점거해 폭탄 투척 및 방화 미수 사건을 주도한 강성 운동권 출신이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같은 당 일부 의원들이 당대표를 팔아먹었다. 이재명 지도부는 이 대표를 끝까지 지킬 것"이라고 밝히는 등 대표적인 친명(이재명) 인사이기도 하다.

대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재명 대표 지역구 인천 계양을 출마를 선언했다. 국민대 총학생회장 출신 윤건영 민주당 의원 지역구인 서울 구로을에는 이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은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김민석 민주당 의원 지역구 서울 영등포을에 출마를 선언했다. 경희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천준호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의 지역구 서울 강북갑에는 전상범 전 부장판사가 출마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활동한 한 인사는 뉴스1과 통화에서 "이번 총선의 핵심 키워드는 이기는 공천"이라며 "용산 대통령실과 거리가 있는 사람들이어도 이번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인물이라고 판단되면, 대거 전진배치하는 게 수도권 선거에 임하는 한 위원장과 당의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당의 이같은 방침은 인지도 높은 민주당 인사를 겨냥한 '전략공천' 전략으로 이목을 끄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 보수정당 험지 중의 험지로 꼽히는 지역이라 여당 정치인들이 민주당 중진들을 꺾고 살아남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윤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한 중성동갑은 홍익표 원내대표가 20·21대에서 재선을 한 지역구로, 지난 2008년 18대 총선 이후 보수정당 후보가 당선된 적 없는 곳이다.

이 대표 지역구이자 송영길 전 대표가 5선을 지낸 인천 계양을은 보수정당의 무덤이자 인천 최고의 민주당 텃밭으로 꼽힌다.

김 비대위원이 출마할 마포을 역시 민주당 당세가 강하고, 정의당 등 진보정당 지지도가 서울 지역구 중 가장 높은 곳이다.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정 최고위원이 15%포인트(p) 넘는 격차로 당선됐다.

김경율 비대위원 사천(私薦) 논란에서 보듯, 전략공천을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잡음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출마를 준비 중인 다른 예비후보나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반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공천 원칙과 전략공천이 배치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수도권 의원은 "해당 지역에서 선거를 준비해 온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특혜가 될 수 있다"며 "전략공천을 할 때는 '선거에서 10% 이내로 지고 있어서 후보자가 교체되면 이길 수 있는 곳' 등 정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