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정치인 겨냥, 준비된 테러의 반복…정치권 심각한 우려

'배현진 의원님이시죠?" 2번 신원 확인 후 둔기로 수차례 가격
이재명 피습 '계획범죄'…대립정치 원인 지목, ·총선 갈등 우려도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강남에서 괴한에게 습격당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배 의원은 25일 오후 5시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건물 앞에서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남성으로부터 머리 뒤를 가격당했다. 사진은 배 의원이이 22년 7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초선의원모임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는 모습. (뉴스1 DB) 2022.7.11/뉴스1

(서울=뉴스1) 박기범 박기현 기자 =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서울 한복판에서 괴한으로부터 습격당했다. 지난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에서 피습된 지 23일 만에 정치인을 향한 공격이 또 다시 발생한 것이다.

정치인을 향한 공격이 계속되자 정치권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위해서는 극단적 대립정치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과 배 의원실에 따르면 배 의원은 이날 오후 5시18분쯤 서울 청담동 거리에서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남자로부터 둔기로 머리를 가격 당했다. 배 의원은 이후 병원으로 이송, 오후 5시38분쯤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학병원에 입원했다.

병원 측은 "단독으로 CT촬영을 하고 1㎝ 정도의 두피 열상에 대해 1차 봉합을 했으며 두피 내 출혈이나 골절 소견은 없다"며 배 의원이 병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의자는 현행범으로 경찰에 체포됐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피의자는 미성년자로 확인됐다.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피의자의 공격 의도, 계획범죄 여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정황상 계획범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배 의원실에 따르면 피의자는 '배현진 의원이시죠'라고 두 차례에 걸쳐 배 의원 신분을 확인했다.

그리고 배 의원임이 확인되자 미리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둔기를 사용해 공격을 시작했다. 현장 영상을 보면 피의자는 배 의원이 쓰러졌는데도 공격을 멈추지 않고 폭행을 가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오후 5시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 거리에서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행인으로부터 머리를 가격당했다. 배 의원은 둔기로 추정되는 물체에 맞았으며, 피를 흘려 순천향병원으로 옮겨졌다. 사진은 배현진 의원 피습관련 CCTV 화면. (배현진 의원실 제공) 2024.1.25/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배 의원 사건은 지난 2일 부산에서 있었던 이 대표 피습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가덕신공항 부지를 방문한 이 대표를 향해 60대 남성 김모씨가 흉기를 휘둘렀고, 이 공격으로 이 대표는 깊이 찔린 상처와 경정맥 손상을 입어 수술을 받았다.

경찰수사 결과 피의자 김씨는 지난해 4월부터 이 대표 일정을 파악하고 따라다니는 등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특정 정치인에 대한 공격은 극한 대립의 정치문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상대 진영은 물론, 같은 당내에서도 계파 갈등이 심해지면서 특정 정치인에 대한 분노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 피습 이후 정치권은 정치문화 개선 의지를 강조해 왔다. 하지만 총선 시계추가 빨라지면서 여야는 물론 당내 갈등 분위기는 가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가 극한 대립을 하고 있는 데다 총선을 앞두고 당내 갈등도 치열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지지자에게 과도하게 몰입하면 감정이 폭발하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인에 대한 공격은 정치권의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은 이날 배 의원의 쾌유를 기원하며 정치테러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저녁 배 의원 병문안을 한 한동훈 국민의힘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라며 "진상이 명확하게 밝혀져 범인을 엄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어떠한 정치테러도 용납해선 안 된다. 철저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SNS에 "가해자가 배 의원임을 확인하고 테러를 가했다는 점에서 우려가 더 커진다. 정치인든, 누구에게든, 그 어떤 이유에서든 폭력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라고 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