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충돌 후 봉합…여권 쇄신 기회일까 독일까[여의도속풀이]

'당정관계 재정립' 기회…'정치인 한동훈' 입지 강화
총선 혼란 불가피…'김건희 리스크' 부각도 부담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 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1.2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을 두달여 앞두고 충돌했다. 이번 총선이 여권에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와 당을 이끄는 양대 축이 공개적으로 부딪친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여권의 시선은 엇갈린다. 당 쇄신의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는 반면, 오히려 당 쇄신 역행이라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쇄신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는 이번 갈등에서 한 위원장이 우위에 서는 것을 전제로 한다. 당정관계에서 당이 주도권을 가져가는 '당정관계 재정립'에 성공한다는 것이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당정관계 재정립은 여권이 풀어야 할 핵심 과제로 꼽혀왔다. 특히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에는 당 쇄신을 위한 필수 과제로 평가됐다.

이는 한동훈 위원장에게도 똑같이 적용됐다. 3선 이상 중진급 인사가 맡아오던 사무총장에 0.5선 장동혁 의원을 임명하고, 평균 나이 43세인 비대위를 구성했음에도 한 위원장에게는 과거 윤 대통령과 인연을 이유로 '친윤'(친윤석열) 프레임이 적용돼 왔다.

이번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은 당정관계 재정립을 이뤄낼 수 있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대통령실이 김 여사 의혹을 '정치공작'으로 규정하고, 김 여사의 존재감을 고려할 때,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의 전향적인 자세를 끌어낸다면 당정관계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김 여사 의혹에 부정적 여론이 높은 점은 한 위원장에게 윤 대통령과 맞설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명분을 기반으로 총선에서 선전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정치인 한동훈'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기존의 당정관계가 유지될 경우 윤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고스란히 총선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윤 대통령 지지율은 30%대에 머물고 있고, 정권심판론은 과반을 넘나들고 있다.

한동훈 비대위 출범과 함께 보였던 지지율 상승세는 주춤하고, 한 위원장이 내걸었던 정치개혁 시도는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당정관계 재정립에 성공하더라도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정면충돌하는 모습 자체가 공천을 비롯한 선거 과정에 혼란을 가중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같은 갈등 자체가 국민들에게 권력다툼 등으로 비쳐 정치혐오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벌써부터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 간 다툼, '약속대련' 등 다양한 정치적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갈등의 중심에 '김건희 리스크'가 자리하면서 여권을 향한 부정적 이미지가 강해지고 있다는 우려도 감지된다.

쇄신과 악재란 엇갈린 시선 속 갈등이 장기화 돼서는 안된다는 점은 여권의 공통된 목소리다.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 사퇴를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온지 이틀째 되는 날인 전날(23일)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현장을 함께 점검한 것은 갈등을 서둘러 봉합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갈등이 공개적으로 드러난 만큼 단순 봉합을 넘어서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당정관계가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이번 갈등에 대한 정치적 해석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