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 전략일까…민주당 지도부 입에서 사라진 '이낙연' [여의도속풀이]

이낙연 탈당 직전 지도부 '만류', 탈당 후에는 '침묵'
추가탈당·사당화 논란 의식한 듯 …개별 의원 비판만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탈당 선언 및 신당 창당 계획을 발표 기자회견을 위해 나서고 있다. 2024.1.11/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탈당, 신당 창당에 나섰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철저히 침묵하고 있다.

이 전 대표가 '이낙연 신당' 창당을 선언한 지난 11일부터 민주당 지도부 공개회의에서 이 전 대표는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또한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해 말 이재명 대표와 이 전 대표의 회동에서 입장차를 확인한 후 이 전 대표에 대한 공식 입장도 내지 않았다.

이 전 대표의 탈당 기자회견이 열린 11일, 정책조정회의에서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 대표 피습이나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은 있었으나 이 전 대표를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조정식 사무총장도 이 전 대표 탈당 기자회견 몇 시간 전 "민주 진영의 총선 승리를 위해 신당을 중지하고 민주당에서 함께 해달라"고 메시지를 냈으나, 정작 탈당 이후부터는 재차 외면하고 있다.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당 지도부는 이 대표 피습 등에만 목소리를 높였다. 강선우 대변인은 회의 직후 이 전 대표와 관련해선 "논의가 없었다"고 말했다. 자택에서 회복 치료 중인 이재명 대표 역시 아무런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

민주당의 이 같은 모습은 국민의힘과 대조적이다. 국민의힘은 자당 출신 이준석 전 대표가 탈당할 때 "앞으로 뜻하는 바를 이루시기를 바란다. 그동안의 활동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구두 논평을 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1.1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이처럼 민주당 지도부가 철저히 이 전 대표에 대한 언급을 꺼리는 것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현역의원들의 이탈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원칙과 상식'과 이상민 의원 등 비명계 의원들이 탈당을 했으나, 여전히 다수의 비명계 의원들이 당에 남아있다. 만약 내분이 더해진다면 추가 탈당 가능성은 커질 수 있다.

이 전 대표나 원칙과 상식 측도 현역 의원이 추가 탈당해 기호 3번(의석 7석 이상)을 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하고 있다.

또 민주당 지도부가 직접 이 전 대표에 대한 비판을 이어갈 경우 '이재명 사당화'라는 프레임이 공고해지는 점도 부담이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그간 통합을 강조했음에도 탈당한 이 전 대표에 대해서 비판 메시지를 내기보다는 침묵으로 갈음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대신 당 소속 의원들만 개별적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이 전 대표의 탈당과 신당 창당에 아쉬움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또 친명(친이재명)계 단체들도 비판 대열에 합세했다.

이와 관련 이 전 대표 측은 아쉬움을 표했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이 통합이 아니라 변화의 의지가 전혀 없는 게 표명됐는데 의원들까지 성명을 내고 탈당하는 사람을 비난했다"며 "거기에 당 대표, 지도부까지 가세하면 국민들에게 더욱 비판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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