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법 이어 이태원특별법…한동훈, 2차 시험대 섰다
"여론 들어보고 거부권 건의 판단" 쌍특검법 때와 온도차
"당은 의석수 한계…용산이 정치력 발휘했으면" 목소리도
- 이밝음 기자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지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여당에선 총선을 앞두고 김건희 특검법에 이어 또다른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하기 전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건의할지 여부를 판단하겠다"며 "국민 여론을 조금 더 들어보고 의원들의 의견도 듣고 판단할 생각"이라고 했다.
여당 반응은 앞서 쌍특검법(김건희 여사·대장동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을 당시 "즉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요청한다"고 했던 것과는 다소 온도차가 있는 모습이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총선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당에선 이태원 참사 특별법 내용 자체가 문제가 많아 받아들이기는 힘들다고 보고 있다. 특별조사위원회의 구성 요건이 편파적인 데다가 압수수색과 청문회 실시를 비롯해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야당이 애초에 거부권 행사를 노리고 법안을 추진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다만 야당 전략대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89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159명이 사망한 대형 참사인 만큼 이를 거부하는 모습이 국민들 시선에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건희 특검법에 이어 연이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부담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33%, 부정 평가는 59%를 기록했는데, 부정 평가 이유에서 '거부권 행사'가 상위권으로 부상한 것으로 나타났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
당내에서도 거부권 행사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법안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지만, 정치력을 발휘해서 정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점은 아쉽다"며 "민주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는데 그 함정에 빠진 셈"이라고 했다.
다른 여당 의원도 "법안 자체는 문제가 많아 잘못된 법이 확실하다"면서도 "여당이 발의한 유가족 지원 법안을 빨리 추진해서 유가족 지원에 방점을 찍어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대응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서 당정 관계의 변화 여부를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앞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쌍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은 국민을 위해서 당연한 것"이라고 했던 것과는 달리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지 묻는 말에는 "원내에서 여러 가지로 신중하게 논의할 것으로 안다"고 말을 아꼈다.
한 수도권 의원은 "당에서는 의석수에 한계가 있는 만큼 용산에서 정치력을 발휘했으면 좋겠는데 기조가 완강한 것 같다"며 "당정 관계가 수직적이면 안 되고 정치로 풀 건 정치로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은데 한동훈 체제에서도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지지율 회복이나 수도권 선거에서 크게 바뀌는 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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