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한동훈의 10일…'보수색깔' 빼고 '반운동권' 분명히

'세대교체론' 운동권 차별화…정당 지지율도 상승세
민경우 노인비하엔 빠른 대응…당내 인적쇄신 시동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국민의힘 광주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4.1.4/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취임 10일 차를 맞았다. 강한 이념적 색채를 띠면서도 보수진영의 완고함을 벗어나려는 '파격'을 동시에 보여줬다는 평가다.

한 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운동권 특권 타파'을 강하게 주장하며 정치적 지향점을 분명히 했다. 반면 젊은 인재 발탁과 호남 끌어안기에 나섰다. 취임한지 10일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행보는 속도감이 있었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취임과 동시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86 운동권 세대를 질타했다.

그는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에서 "우리는 상식적인 많은 국민들을 대신해서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과 그 뒤에 숨어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운동권 특권세력과 싸울 것"이라고 이 대표와 운동권 세력을 겨냥했다.

다음날인 27일 국회 첫 출근길에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검사를 그렇게 싫어하면서 왜 검사도 아니고 검사를 사칭한 분을 절대존엄으로 모시는 것인지 물어보고 싶다"고 직격했다.

같은 달 29일 비대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도 '쌍특검법(김건희·대장동 특검법)'이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총선용 악법을 통과시킨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명직 비대위원 면면도 민주당의 운동권 세대와 차별화를 노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20대와 40대를 전면에 내세워 평균나이는 43세였다. 8명중 7명이 비정치인이다.

한동훈 비대위 컨벤션 효과는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이 중앙일보 의뢰로 지난해 12월 28~29일 실시한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39%, 더불어민주당은 34%의 정당 지지도를 기록했다.

특히 인천·경기 지역은 여야 지지율이 동률(각 37%)을 기록했고, 서울에서는 응답자 41%가 국민의힘을 지지해 33%를 얻은 민주당을 크게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만 지난 2일 이 대표 피습으로 한동훈 비대위의 행보도 주춤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2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부지 현장을 방문한 뒤 지지자들과 만나던 과정에서 머리에 '내가 이재명'이라고 적힌 왕관을 쓴 60대 남성에게 공격당했다.

같은 시각 대전시당 신년인사회를 찾았던 한 위원장은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대표 피습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생긴 것"이라며 "수사 당국은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해서 전말을 밝히고 책임있는 사람에게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이 대표 피습 당일 예정됐던 저녁 일정은 취소했지만, 오후 대구·경북 신년인사회는 그대로 참석했다.

대구에서 한 위원장은 "대구는 저의 정치적 출생지 같은 곳"이라며 넥타이를 풀고 의자에 올라가 당원들에게 인사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엔 광주를 찾아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광주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데 이어 오후에는 충북도당 신년인사회를 찾는 등 예정대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다만 이 대표 피습 이후 민주당에 대한 비판은 하지 않고 민생과 통합 메시지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날 광주에서도 한 위원장은 국립 5·18민주묘지 참배 후 "5월의 광주 정신은 어려운 상황에서 민주주의를 지키는 정신으로 지금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생각한다"며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수록하는 것을 적극 찬성한다고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를 방문해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에게 민경우 전 비대위원의 '노인 비하' 발언 논란을 사과후 면담을 하고 있다. 2024.1.3/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민경우 전 비대위원의 노인 비하 논란도 한동훈 비대위에 악재로 작용하는 듯 했으나, 빠르게 대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 전 위원은 지난해 10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지금 가장 최대의 비극은 노인네들이 너무 오래 산다는 것"이라며 "빨리빨리 돌아가셔야 한다"고 말해 노인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민 전 위원은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달 30일 사퇴했다.

한 위원장은 3일 대한노인회를 직접 찾아 "처음 출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마음 아프게 해드렸다"며 "다 제 책임이고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한편 한 위원장은 당 내부적으론 직접 인적 쇄신을 주도할 전망이다. 한 위원장은 전날 비대위회의에서 이철규 의원과 공동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아 직접 총선 인재 영입에 나서겠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광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은 것이 영남 물갈이 신호탄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는 질문에 "처음 들어보는 해석"이라면서도 "이기는 공천을 할 것이고 과정이 공정하고 국민들이 보시기에도 멋있어 보이는 공천을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한 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저는 승리를 위해 뭐든지 다 할 것이지만 제가 그 승리의 과실을 가져가지는 않겠다"며 앞장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고강도 인적 쇄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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