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송영길·아베…'정치테러 파장' 가해자 신상이 갈랐다
"대전은요"로 판세 뒤집혀 vs '붕대 투혼' 했지만 패배
가해자 신상따라 영향 달라져…해외 사례서도 '정치테러' 변수
- 조현기 기자
(서울=뉴스1) 조현기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오전 부산 현장 일정 중 60대 남성으로부터 습격을 당했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던 국내외 정치인들의 피격 사건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선 선거를 앞둔 정치테러로 박근혜 전 대통령,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등이 습격당한 사례가 주로 거론되고 있다. 두 사례가 자주 거론되는 이유는 최근 사례일 뿐만 아니라 선거를 앞두고 정치테러를 당했지만 결과가 정반대로 나왔다는 점 때문이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전 대통령은 2006년 5·31 지방선거에 출마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를 하던 중 습격을 당했고 이후 병상에서 측근에게 "대전은요"라고 물은 게 알려지며 선거 판세가 뒤집어졌다.
반면 송 전 대표는 지난 2022년 3월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 지지를 당부하던 중 둔기로 머리를 가격당한 후 '붕대 투혼'을 펼치며 선거운동을 이어갔지만 선거에서 패배했다.
전문가들은 2006년과 2022년을 가른 변수에 대해 '가해자의 신상'과 지금과 다른 젠더관을 지적했다. 특히 이 대표의 사건에도 가해자인 김모씨(67)의 당적 등 밝혀질 신상 여부에 따라 총선에 미칠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4일 뉴스1과 통화에서 "두 사건은 명확한 차이가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은 당시 가해자가 일반 시민이었지만, 송 전 대표의 경우엔 민주당 지지자였다. 송 전 대표의 사건의 경우엔 민주당 내 내부 갈등으로 비춰진 느낌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금과 달리 2006년의 경우엔) 유권자들 입장에선 감성적인 측면에서 '여성의 얼굴에 상처를 냈다'라는 점이 더 마음 아프게 다가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지금과 다른 젠더관이었던 2006년 당시엔 박 전 대통령이 여성이었던 점에 더 큰 동정 여론이 일 수 있었다"며 "내분이 발생한 송 전 대표의 사건과 박 전 대통령의 사건은 다르다. (이런 차이는 두 사건의 발생 후) 진영 결집 면에서 차이를 가져온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정치권에도 이 대표의 사건 직후부터 피의자 김모씨(67)에 대한 '당적'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김씨의 당적에 따라 여권 책임론과 동정론, 야권 분열 등 이번 총선에서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양당으로부터 임의제출 형식으로 당원 명부를 받아 김씨의 당적 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김씨와 이름, 생년월일이 같은 인물이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인 지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당적을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이후 새누리당을 탈당, 지난 2023년 민주당에 입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선거 직전 정치인에 대한 피격이 선거에 영향을 끼친 경우가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일반 시민, 브라질의 경우엔 반대 진영 성향의 지지자가 정치테러범이였다.
일본 참의원 총선을 이틀 앞둔 2022년 7월 8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나라현 나라시에서 후보자 지원 유세 도중 특정 종교단체에 영상 메시지를 보낸 아베 전 총리에 앙심을 품은 사람에 의해 사제총에 피격돼 숨졌다. 아베 전 총리의 애도 분위기와 동정표가 몰리면서 당시 집권 여당인 자민당은 압승을 거뒀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도 지난 2018년 9월 당시 후보 시절 선거 유세 도중 좌파정당 지지자의 흉기에 복부를 찔리기도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보수층 유권자가 결집하면서 지지율이 상승했고 결국 한 달 뒤인 10월28일 자이르 보우소나루는 대통령에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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