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송 왜? 자작극?' 이재명 피습 논란에 심혈관 명의 '일침'
"자작극 가능성? 연습 100만번 해도 불가능"
"혈관 60% 손상인데 서울로 이송…그런 결정은 살인미수"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부산에서 습격을 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대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혈관재건술을 받은 것을 두고 이틀째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작극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전문가들은 상처 부위 등을 따졌을 때 자작극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다만 부산대병원에서 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까지 이동한 후 수술을 한 점에 대해서는 의학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 대표가 흉기 피습을 당한 날의 상황을 되짚어 보면 새해 첫 공식 일정으로 2일 부산 가덕도신공항 부지를 방문한 이 대표는 오전 10시 27분쯤 6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좌측 목 부위를 찔려 쓰러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 대표는 피습 당시 목에 1㎝가량의 상처를 입었고 20여분 뒤 119구급차에 실려 부산대병원으로 호송됐다.
하지만 이 대표는 부산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지 않고 응급 처치만 받은 후 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서울대병원에 도착한 이 대표는 사건 발생 5시간 만인 오후 3시20분쯤 약 2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수술 후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취재진에게 "이 대표는 혈전 제거를 포함한 혈관 재건술을 받았다"며 "내경정맥 60% 손상이 확인됐으며 정맥에 흘러나온 혈전이 예상보다 많아 관을 삽입한 수술이 시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초 수술 시간을 1시간 정도로 예상했으나 실제로 2시간가량 진행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민주당 영입인재 5호인 강청희 전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이 대표 수술 경과와 관련한 브리핑을 열고 "일각에서 1㎝ 열상이라 보도되는데 이는 명백한 가짜뉴스"라며 "열상은 피부 상처를 말하지만 이 대표는 내정경맥에 9㎜ 이상의 깊은 상처, 즉 자상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심장에서 온몸으로 피를 뿜어주는 혈관을 동맥이라고 한다. 그 중 가장 큰 동맥이 대동맥이고 머리로 가는 첫번째 가지 혈관이 경동맥이다. 이 경동맥을 통해 머리로 갔던 피가 다시 모여 심장으로 들어오게 되는데 그 혈관을 경정맥이라고 한다. 경정맥은 혈류량이 많은 혈관이어서 손상으로 출혈이 많아지면 생명도 위험해질 수 있는 중요한 부위다. 민주당 설명에 따르면 이 대표는 흉기로 이 경정맥에 손상을 입고 이를 재건하는 수술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심혈관 수술 분야에서 명의로 꼽히는 한 대학병원 교수는 "비정상적인 혈관을 정상적으로 만들어주는 걸 혈관 재건술이라고 하는데 사실 혈관 재건이라고 하면 찢어진 걸 꿰매는 것"이라며 "관을 넣었다는 건 일종의 인조혈관을 덧대 꿰맸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브리핑 내용을 보면 내경정맥 60%가 손상이 됐다고 하는데 만약 그 정도로 찢어진 거라면 손으로 눌러서 피가 멎는 건 쉽지 않다"며 "가끔 영화를 보면 목에 총을 맞으면 피가 콸콸콸 쏟아지는데 내경정맥 60% 손상이라면 피가 그렇게 쏟아졌을 것인데 이런 상태의 환자를 혈관을 누른 채로 헬기를 타고 서울까지 올라왔다면 이런 결정을 내린 사람들은 살인미수인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이 대표가 피습을 당한 후 도착한 부산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지 않고 서울대병원까지 몇 시간에 걸쳐 이동한 뒤 수술을 받은 데 대해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심장뇌혈관 전문의들도 하나같이 이 부분을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병원 교수는 "경정맥이 60% 손상된 환자를 부산에서 서울까지 데리고 간 건 미친 짓"이라며 "정치적인 관점을 떠나 의학적 관점에서 경정맥은 진짜 위험한 부위인데 손상 환자가 발생한 후 조치 절차를 생각해보면 조금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술 후 찍은 사진을 보면 피가 솟구치는 것 같지 않고 목 근처에 근육이나 피부 근육, 신경 손상 등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대표가 서울로 이송되기 전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응급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목은 민감한 부분이라 후유증을 고려해 (수술을)잘하는 곳에서 해야 할 것"이라며 "이 대표 가족들이 원한 것"이라고 발언해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같은 논란에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여러 가지 부적절한 불필요한 해석을 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굉장히 불편하다"며 "언론인들께 굉장히 전화를 많이 받았다. 통화를 많이 했는데 제가 기억하기로는 그 어느 누구도 ‘이 대표 괜찮으시냐’는 질문을 한 언론인이 없었다. 굉장히 좀 씁쓸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의 한 대학병원 심혈관 전문의는 "그렇게 중요한 부위에 60%나 손상을 입었는데 그 부위를 손으로 눌러서 서울까지 갈 수 없다는 건 의료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상식"이라며 "부산대병원은 심지어 권역외상센터가 있는 곳이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양산부산대병원은 서울의 빅5병원보다 심장 수술을 더 많이 하고 우리나라에서 심장 수술을 잘하는 명의도 그곳에 있어 부산에서 수술을 받았어도 아무 문제없이 끝났을 것"이라고 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이경원 교수도 입장문을 내고 "이런 식으로 한다면 어느 국민이 지역 병원, 그것도 지역거점국립대학교병원을 믿고 국가 외상응급의료체계를 신뢰하겠나. 국가적으로 혈세를 쏟아부어 가까스로 쌓아올린 외상응급의료체계를 스스로 부정하며 허물어 버린 것"이라며 "지역의대, 공공의대 신설과 지역의사제를 주장하는 이중적인 정치권 행태에 가슴을 치게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대표의 피습을 '정치적 자작극'으로 보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자작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몰라서 하는 소리"라며 "만약에 정말 잘못해서 한 5㎜만 안쪽으로 들어갔으면 누른다고 될 일이 아니고 그 자리에서 당장 꿰매지 않으면 바로 사망인데 자작극을 하려면 이 대표도 목숨을 걸어야 한다. 연습을 100만 번 해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대표는 수술 후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는 중환자실에서 약간의 물만 먹고 항생제와 진통제 등 약물을 정맥투여하고 있다. 각종 지표검사는 양호하다"며 일반 병실 이동 시점, 입원 기간에 대해선 "의료진 의견에 따를 것"이라고 했다.
대학병원 심혈관 전문의는 "손상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내경정맥 혈관 재건술 같은 경우 수술 후 짧으면 3~4일 입원하고 길어도 일주일"이라며 "다만 일반인이 다친 것과 이재명 대표가 다친 것은 다르니 얼마나 입원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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