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정치테러②] 음모·조롱 난무, 상대 악마화하는 극단의 혐오 정치
보수 유튜브 채널, 이재명 피습 음모론…현실 정치서도 극단 발언 계속돼
진영 내 팬덤정치도 문제…피습 계기로 정치혐오 사라질까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습된 가운데 이를 놓고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단적인 정치 행태와 언사들이 빚어낸 최악의 사건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극단적 정치 행태 결과 중 하나로 꼽히는 진영 정치와 팬덤 정치가 이같은 현상을 더욱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대를 적대시함으로서 공격성을 키운다는 것이다.
2일 이 대표 피습 이후 일부 보수 유튜브 채널에서는 음모론이 제기됐다. 이봉규 TV에서 한 출연자는 "한동훈 지지율이 오른 뒤 피습사건이다. 자작나무(자작극 의미) 사건일 수 있다"고 했다. 이 채널에서 사회자인 이봉규씨는 칼이 아닌 종이칼로 찔렀다는 등의 주장을 제기하다 이를 정정하기도 했다.
또 다른 보수 유튜브 채널에서는 이 대표의 재판 출판과 이번 사건을 연계, 이 대표가 장기 치료를 위한 병원을 찾을 것이란 주장도 했다. 이 외에도 진성호방송 등 보수 유튜브 채널은 긴급 영상을 통해 이 대표 피습 사건을 다양하게 다뤘다.
이 대표가 2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을 정도로 큰 위험에 빠졌음에도 반대 진영에서는 음모론을 제기하고 이를 무분별하게 전파한 것이다. 이들 유튜브 채널을 본 사람들은 '테러'라는 사건의 본질보다 이를 둘러싼 다양한 음모론에 따른 의구심을 키울 수밖에 없다.
이들 유튜브 채널이 보여주는 행태는 과거에도 이전부터 문제로 지적됐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평산마을을 향한 극우 유튜버들의 행태도 정치 테러의 일종으로 꼽힌다.
문 전 대통령이 사저로 내려간 직후, 이곳에는 극우 유튜버들이 연일 시위를 하며 입에 담지 못할 발언으로 문 전 대통령 내외를 비판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행위를 실시간으로 중계하며 자신들과 뜻을 같이 하는 이들과 문 전 대통령을 향한 비판 수위를 높여 갔다.
이같은 진영 정치의 모습은 유튜브가 아닌 현실 정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법무부 장관이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어린 놈이 선배들을 능멸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최강욱 전 의원은 "설치는 암컷" 발언으로 여성 비하' 논란을 낳았다.
국민의힘 의원 출신인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외인 시절에 문 전 대통령을 '간첩' '악마' 등으로 불렀고, "문재인 모가지를 따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들의 발언은 지지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왔다. 지지자들 앞에서 상대 진영을 악(惡)으로 규정, 상대에 대한 적개심을 키운 것이다.
이같은 비판은 상대 세력에 국한되지 않는다. 당내 정치에서도 팬덤 정치로 인한 거친 언사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대표의 극성 지지층으로 불리는 '개딸'들의 행태는 팬덤 정치의 대표적 현상으로 꼽힌다. 이들은 주요 선거 때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 대표의 뜻에 반하는 결정한 당내 인사들을 향해 문자나 전화 등을 통해 비판을 해왔다. 후원회 계좌에 욕설을 뜻하는 '18원'을 입금하기도 했다.
문제는 총선이 다가오면서 이같은 진영 정치, 팬덤 정치의 모습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란 우려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여야가 극한 대립 하고 있는 데다, 총선을 앞두고 당내 갈등도 치열하다"며 "특히 열성 지지층 사이에선 과도하게 몰입하면서 감정이 폭발하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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