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정치테러③] "해방정국 좌우대립인 듯, 정치 내전상태 같다"

"정치 감성화…열성 지지층, 상대를 적을 보는 사고에서 비롯"
"정치복원하고…제왕적 대통령 중심제 극복해야"

부산에서 신원 미상 남성에게 습격을 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2024.1.2./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김경민 한병찬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괴한에게 공격당해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유력 정치인을 향한 '정치 테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 송영길 민주당 대표 등도 공개 일정을 소화하다가 습격을 당했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정치 테러의 배경으로 '여야 극한 대치'를 꼽았다. 재발 방지를 위해 여야 협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 오전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부지 현장을 방문하고 차량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60대 남성에게 공격당했다. 이 대표는 피를 흘린 채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용의자를 현장에서 검거하고, 구체적인 범행 동기 등을 조사 중이다.

정치 테러는 전에도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06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5·31 지방선거에 출마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유세를 하던 중 지모씨가 휘두른 커터칼에 턱밑 부위에 자상을 입었다.

지난해 3월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신촌 유세 현장에서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 지지를 당부하다가 민주당 지지 성향 유튜버로부터 둔기로 뒷머리를 수차례 가격당했다.

되풀이되는 정치 테러엔 여야의 극단적인 대립과 어느 때보다 강한 계파 갈등이 작용했다고 전문가들은 짚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뉴스1에 "여야가 극한 대립을 하고 있는 데다, 총선을 앞두고 당내 갈등도 치열하다"며 "지지층, 특히 지지층한테 영향을 미친 결과다. 열성 지지층 사이에선 과도하게 몰입하면서 감정이 폭발하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평했다.

김창남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도 "극렬한 지지층이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이념이 과잉돼서 상대방을 완전히 처단해야 할 적으로 생각하기에 정치 테러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 둔기 피습 후 퇴원한 송영길 대표가 지지자들에게 하트를 그리고 있다. 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정치권 안팎에선 또 다른 정치 테러를 막기 위해 정치 복원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이데올로기가 첨예하게 부딪힐 때 '정치적 암살'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1945년부터 1948년 사이 실제 송진우, 장덕수, 여운형, 김구로 이어지는 암살이 연이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2020년대가 마치 해방 정국 좌우대립처럼 첨예하게 부딪히는 상태가 됐기 때문에 정치적 암살이 복원된 것"이라며 "경찰 경호는 매우 지엽적인 얘기이고, 정치 문화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정치 감성화 현상이 유독 심하기 때문"이라며 "정치 감성화로 인해 나와 다른 상대를 타도해야 할 적으로 보는 사고 속에서 테러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또 "최소한 실종된 정치를 복원하는 데부터 시작을 해야 한다"며 "상대를 파트너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고 협의와 타협을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과거 독재 정권 이후에 새롭게 형성되는 이른바 팬덤끼리의 전쟁터가 되어버린 것"이라며 "대결 정치가 극대화되고 있고, 사실상 정치적인 내전 상태"라고 말했다.

또 "제왕적 대통령 중심제의 폐해를 극복하지 않고선 앞으로 정치 테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개헌을 통한 혁신 없이는 정치적 내전 상태는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km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