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생·비정치인' 한동훈 등판…여의도 지각변동 예고

정치권 빚없어 여권 대대적 정치개혁·세대교체 기대감 커져
총선 승리 이끌면 대권주자 우뚝…민주 이재명 체제도 흔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3.12.20/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목됐다. 한 장관은 윤석열 정부의 운명을 좌우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위기에 빠진 여권을 구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한 장관은 비(非)정치인이다. 1973년생으로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청년으로 꼽힌다. 한 장관의 등장은 국민의힘의 절박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 정체에 리더십 부재라는 위기가 거듭되자, 여권에서는 기존의 정치인이 아닌 새로운 인물이 필요했고, 그 결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선택했다.

정치권은 한 장관의 등장이 만들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한 장관은 97세대(70년대 생·90년대 학번)로 분류된다. 현재 정치권에서 주류로 분류되는 86세대(60년대 생·80년대 학번)보다 젊고 참신하다. 이들이 정치권에 오래 있었던 것과 달리 한 장관은 엘리트 관료를 지냈다. 한 장관은 여의도 변화를 상징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진 셈이다.

이날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공식 추천한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변화와 쇄신, 미래를 갈망하는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고 당 혁신을 넘어 국회 개혁 등 정치 문화 개혁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한 장관이 이를 이룰 수 있는 가장 젊고 참신한 비대위원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한 장관은 86세대를 대표하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자신을 비판하자, "어릴 때 운동권 했다는 것 하나로 수십 년간 시민들 위에 군림했다"며 이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재 정치권을 향한 변화 목소리가 크다는 점은 한 장관이 변화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이유로 꼽힌다. 인물교체, 세대교체는 정치권의 계속된 화두였지만, 매번 총선 때마다 이루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한 장관은 비정치인인 만큼 과감하게 개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비대위원장은 공천관리위원장을 임명하는 등 공천권을 갖고 있어 한 장관은 실제 인물교체, 세대교체를 할 수 있는 권한도 갖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한 장관은 정치권에 진 빚이 없다. 그가 강하게 인적쇄신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이유"라며 "당내 영남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동훈 비대위’에 거부감을 드러낸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 장관이 자신에게 주어진 최대 과제인 ‘총선 승리’를 이끌 경우 차기 대권 경쟁에서도 세대교체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이 총선 승리를 이끈다면 여권의 대권주자로서 독자적인 입지를 갖게 될 수밖에 없다. 이미 한 장관은 각종 여론조사 결과, 여권의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가운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변화’를 상징하는 한 장관의 성공은 기존 여권의 잠룡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행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등 당내 청년 세대가 다시 한번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 킹메이커로 꼽히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CBS라디오에서 '차기 대선은 한동훈 대 이준석 구도가 될 수도 있다고 보는가'라는 사회자 질문에 "그런 경쟁 구도가 될 수도 있다"며 한동훈-이준석 대결 구도를 예측했다.

이 경우 야당의 대권구도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1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지만, 총선 결과에 따라 그의 입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 대표가 1강 체제를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야권은 한동훈-이준석에게 대항하기 위한 청년 세대 후보군을 찾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 장관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비정치인 출신 윤석열 대통령의 등장으로 정치권의 변화 기대가 감지됐지만, 큰 변화는 없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평가다. 이준석 전 대표의 등장 역시 여의도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지만, 정치권 변화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