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책임론' 두고 충돌 양상…공천 유불리에 입장 갈려
험지 서울 출마 하태경·김병민 등 김기현 체제 비판
'텃밭' 초선들 김기현 지원…공천 갈등 시작 분석도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의 조기 해산에 대한 '김기현 책임론'을 두고 여권 내에서 엇갈린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중진과 원외 인사를 중심으로 책임론을 주장하자, 초선 의원을 중심으로 김 대표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이번 논란을 두고 '텃밭'을 지역구로 둔 초선 의원들과 험지에서 선거를 치러야 하는 외부 인사 간 입장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여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김기현 책임론'을 두고 엇갈린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책임론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지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수습을 위해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했던 김 대표가 혁신위의 지도부·친윤(친윤석열)계 등의 불출마·험지출마 요구를 외면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지난 보선 패배 책임과 함께 혁신위 조기 해산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다.
당내 최다선인 5선 서병수 의원은 "대통령실의 잘못된 방향을 고칠 결단을 보여주지 못하면 그만둬야 한다"고 김 대표를 겨냥했다. 3선 하태경 의원은 "더 이상 버티면 추해진다", "사실상 민주당의 X맨이 됐다"고 비판했다. 초선 김미애 의원은 "지난 3월 김 대표 체제 이후 당지지율이 30% 박스권에 갇혀 있는 이유를, 우리의 모습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전날 최고위에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지도부 중 어느 누가 혁신위의 희생에 대한 요구에 대체 답을 내어놨단 말인가"라고 김 대표를 정면 겨냥했다. 김 최고위원의 이 발언은 김 대표 면전에서 이루어져 주목받았다.
원외 인사로 경기 동두천 출마를 준비 중인 손수조 리더스클럽 대표는 앞서 "지도부에 국민도 속고 당원도 속았다"며 "김 대표의 희생으로 위기에 빠진 당과 대한민국을 구해 달라"고 했다.
반면 초선 의원들은 전날 SNS(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김 대표에 힘을 실었다. 배현진 의원은 "본인들의 무능을 백번 넘게 자성해도 모자랄 이들이 되레 김기현 지도부를 향해 '수포자'(수도권 포기자)라며 사퇴를 종용하고 나섰다"고 했다.
최춘식 의원은 "안타깝게도 그들은 온돌방보다 따듯한 온지에서 당의 온갖 혜택을 받아 중진소리를 듣는 의원들"이라며 김 대표 비판자들을 향해 "자살 특공대"라고 했다.
이 외에도 "혁신을 볼모로 권력투쟁하려는 움직임에 단호히 반대한다"(이용), "'내부총질'만 혁신이라고 믿는 사람들로 비대위를 꾸린들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말인가"(강민국),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특정 누군가의 결단이 아니라 모두의 단결"(태영호) 등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전날 의원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서도 윤두현, 전봉민, 박성민 의원 등 초선 의원들이 김 대표 옹호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위에서도 "대안 없는 주장으로 자중지란을 일으키지 말자"(김석기), "당 대표가 물러나는 데에 어떤 혁신과 전략이 있나"(김가람) 등 최고위원들이 김 대표를 지원했다.
여권에서는 한동안 이같은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비판 목소리가 첨예하게 부딪히기 때문이다. 논란을 종결하기 위해 예고한 조기 공천관리위원회 역시 예정됐던 12월 중순보다 다소 늦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편에서는 엇갈린 목소리가 개별 인사들의 입장 차이가 드러난 것이란 시선도 있다. 부산을 떠나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의원, 원외 인사로 서울 광진갑 당협위원장인 김병민 최고위원, 수도권 원외 인사인 손수조 대표 등은 현 체제로 수도권 승리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김 대표를 비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여권의 텃밭을 지역구로 가진 초선 의원들은 현 체제에서 안정적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앞선 전당대회에서 현역 의원 대다수가 김 대표를 지원했는데, 이로 인해 김 대표 체제가 자신의 공천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하는 한 인사는 "결국 공천 때문에 초선 의원들이 김 대표 옹호에 나선 것"이라며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이래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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