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압박 속 김기현, 사퇴시기 저울질?…"유권자 뇌리 남아야"
하태경 등 당 일각서 지도부 사퇴론 제기…김기현은 '침묵'
공관위 구성 시기 두고 이견 있지만 일단 공관위 구성까진 버틸 듯
- 김정률 기자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11일 사실상 빈손으로 조기 해산하면서 인 위원장을 영입했던 김기현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지난 10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김 대표를 향한 사퇴 요구가 분출하기 시작했다. 혁신위 조기 해산과 서울 지역에서 6곳에서만 우세를 점한다는 당 자체 분석 보고, 내년 총선에서 정권 심판론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 등이 겹치면서다.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의원은 11일 BBS 라디오 방송에서 "김 대표가 보여준 모습은 혁신을 거부하는 정도가 아니라 심지어 방해까지 하면서 사실상 민주당의 X맨이 됐다"며 "더이상 버티면 추해진다"고 비판했다.
5선의 서병수 의원과 재선의 이용호 의원 등도 페이스북을 통해 김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런 요구에 '침묵'하고 있다.
지도부에서는 아직 김 대표의 용퇴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SBS 라디오 방송에서 "당이 변화·혁신해야 되는 건 맞지만 전술적으로 지금이 그 타이밍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은 총선이 불과 4개월 앞둔 상황에서 돌연 지도부 사퇴 수순으로 이어질 경우 당내 혼란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달 중순 공천관리위원회가 출범할 예정인 상황에서 공관위 출범 등 이슈를 모두 잠식할 일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공관위가 출범할 경우 이제 모든 관심은 공천에 쏠리면서 지도부에 대한 관심도 떨어질 수 있는 만큼 괜한 분란을 조기에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김 대표가 사퇴론에도 최소 공관위가 구성되는 시점까지는 대표직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내년 총선에서 당의 간판으로 나설 스타 장관인 한동훈 법무부, 원희룡 국토부 장관까지 출마를 준비하고 이런 전망에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당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김건희 여사 특검법 처리에 대한 이탈표 방지를 위해 공관위 구성을 늦출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컷오프 의원들에 대한 특검법 이탈표 방지와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 건의를 무기 삼아 김 대표가 사퇴 주장을 무마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즉각 "특검법 등 원내상황 등으로 인해 공관위 구성이 늦춰질 것이라는 일부 보도는 사실과 다름을 알려드린다"며 "공관위는 구성은 당초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다만 공관위 전 사전작업을 하는 총선기획단의 경우 실무 작업 등을 문제로 1주일 정도 연장할 가능성도 있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철규 총선기획단장은 최근 총선기획단이 활동을 연장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공관위 출범 시기도 예정보다 1~2주 정도 늦어질 수 있다. 공관위원장 선임 문제를 비롯해 최고위 의결 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공관위가 늦어질 수는 있지만 특검법 재의요구권 건의와는 무관한 실무적 작업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박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28일 쌍특검을 올린다는 것"이라며 "그럼 수순상으로 대통령이 재가를 해야 된다는 것이고 혹은 거부권이 있으면 1월 중순쯤 또다시 재부의가 되는 것인데, 이걸 공관위가 연말로 미뤄진다는 것을 묶어 표현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 수석대변인은 김 대표의 사퇴 가능성에 대해 "뭔가 충격적인 요법이 들어가면 그 효과가 오래가야 한다. 내년 4월 10일이 선거니까 유권자들 뇌리에 남아 있어야 한다"며 "뭔가 있다는 생각을 믿고 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당은 죽고 사느냐의 문제다. 절박함이 더하다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공관위가 구성되고 본격적인 공천 국면으로 들어갈 경우 김 대표가 당내 반발론을 잠식하기 위해 불출마 혹은 사퇴를 선언할 가능성이 있고 그 타이밍을 찾고 있다는 얘기로 보인다.
jr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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