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사퇴가 답" vs"내부총질"…대표 거취 놓고 국힘 내분 양상
김승수 "단합을" 박대출 "대안 없이 지도부 흔들면 필패"
하태경 "김기현 체제론 총선 못이겨" 서병수 "결단할 때"
- 이밝음 기자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국민의힘 의원들이 10일 김기현 대표의 거취를 놓고 충돌했다.
일부 의원들이 인요한 혁신위원회 조기 해산을 비판하며 김 대표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자, 반대편에선 '내부 총질'이라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김 대표가 언제쯤 거취에 대한 결단을 내릴지 관심이 모인다.
대구 북구을 초선인 김승수 의원은 이날 의원 단체채팅방에서 "도를 넘는 내부 총질에 황당할 따름"이라는 글을 올렸다. 앞서 3선 하태경 의원이 김 대표 사퇴를 촉구한 것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김 의원은 "중진 의원이 소속 정당을 '좀비정당'으로 폄훼하고 위기 타개를 위한 지도부의 고심을 '꼼수'라고 매도하는데 어떻게 우리 당 지지층을 설득하고 중도층들에게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를 호소할 수 있겠나"라며 "큰 전투를 목전에 둔 지금은 총구는 적에게 돌리고, 당의 지혜를 모으고 지도부를 믿고 굳건하게 단합해서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했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경남 진주 3선 박대출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강요된 희생은 감동을 주지 못한다"며 "당원들의 손으로 선출한 지도부다. 합리적이고 강력한 대안 없이 지도부를 흔드는 것은 필패의 지름길"이라고 했다.
하지만 반대편에선 김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총선을 4개월 남겨둔 상황에서 김 대표의 거취를 놓고 내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산 해운대갑 지역구 대신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한 하 의원이 가장 공개적으로 김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김 대표를 향해 "불출마론 부족, 사퇴만이 답"이라며 "김 대표의 제1과제는 윤석열 정부를 총선 과반 승리로 안정화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김 대표 체제로는 그게 불가능하다"고 했다.
5선 중진 서병수 의원도 "이제 결단할 때가 되었다. 이 모양 이 꼴로 계속 간다면 국민의힘이 필패하리라는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김 대표를 압박했다.
김 대표 사퇴론은 지난 7일 혁신위가 조기 해산을 선언한 직후부터 의원들 사이에서 나왔다고 한다.
실제로 재선 이용호 의원은 8일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냐'는 물음엔 "지금 지도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이미 바닥이라는 말로 대신하고 싶다"고 에둘러 답했다. 초선 김미애 의원은 "당대표 사퇴 요구를 묵살한 채 전권을 주겠다며 인요한 위원장을 모셔 온 분이 누구인가"라며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달라. 필사즉생(必死則生) 필생즉사(必生則死)"라고 했다.
이처럼 당내 반발이 터져 나오는 배경엔 부정적인 내년 총선 전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앞두고 판세 분석이나 지지율이 고전을 면치 못하자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국민의힘이 내년 4월 총선 판세를 분석한 결과 서울 49석 가운데 우세 지역은 전통적 텃밭인 강남 갑·을·병과 서초 갑·을, 송파을 등 6곳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 4·15 총선 당시 서울 8석(용산, 강남 갑·을·병, 서초 갑·을, 송파 갑·을)보다 못한 결과다.
김 대표 사퇴론이 재점화되면서 김 대표가 조만간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한 수도권 의원은 "더 늦지 않게 (김 대표가) 반응을 해야 하는데 자기 스케줄대로 가겠다고 한다"며 "지금 더 추락하면 시간이 없고 12월 말까지 보름 정도 남은 기간에 결판을 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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