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규탄·농성으로 얼룩진 12월 정기국회…정쟁 속 민생은 없다[기자의눈]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13차 본회의에서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소추안 투표가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13차 본회의에서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소추안 투표가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비위 의혹이 제기된 검사 2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2월 예산 논의에 한창인 국회를 덮쳤다.

원내 제1당 더불어민주당은 거대 야당의 지위를 십분 활용했지만, 정부·여당과의 수싸움에서 연달아 밀렸다.

시간은 지난달 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주당은 쟁점 법안인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을 자당 주도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허를 찔렀다. 당시 필리버스터 신청을 받아 의원 명단도 짜놓는 등 맹공을 예고했지만, 필리버스터를 전격 철회하면서 이 위원장 탄핵안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당시에도 민주당은 '꼼수'라고 반발했다. 이후 민주당은 탄핵안을 철회했고, 재발의했지만 실무 차원의 실수가 나오는 등 체면을 구겼다.

당초 1일 본회의에선 이 위원장과 검사 2명에 대한 탄핵 표결이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이번엔 이 위원장이 전격 사의를 표명했고 대통령실이 이를 수용하면서 민주당은 또다시 뒤통수를 내줬다.

이 과정에서 국회 로텐더홀은 여야 의원들의 고성과 피켓에 점령당했다.

국민의힘은 이 위원장 탄핵에 대해 연좌농성, 철야농성에 나섰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 규탄대회를 열었다. 본회의장에선 고성과 삿대질이 오갔다.

여야가 맺은 신사협정이 한 달 만에 깨진 순간이었다.

그러는 사이 여야는 내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12월2일)을 또 넘겼다. 657조원가량의 정부 원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가운데 여야는 이번에도 '네 탓 공방'에 여념이 없다.

거대 야당과 정부·여당의 수싸움 속 450여개 민생 법안은 여전히 잠자고 있다.

2014년 국회 선진화법 통과 후 여야가 법정시한을 지킨 것은 2014년과 2020년 단 두 번뿐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달 30일 여야에 "이대로 시간을 계속 보낸다면 국회는 예산, 선거제도, 민생 법안 미처리라는 세 가지 직무유기를 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야는 역대 최장 지각을 기록한 지난해의 과오를 답습해선 안 될 것이다.

ddakb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