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혁신안 용두사미?…'불출마' 최후통첩 앞두고 사면초가

'준석이 부모' '윤심' 등 잇단 설화로 추진동력 급감
혁신위원 사퇴설 봉합 일주일도 안돼 위상 떨어뜨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3일 오전 충남도청에서 김태흠 충남지사와 면담을 하고 있다. 2023.11.23/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인요한 위원장의 '준석이 부모' 발언으로 동력을 더욱 잃는 모습이다. 인 위원장의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거론으로 논란을 빚은 지 13일 만의 일이다. 당내에선 인 위원장의 잇따른 설화에 대해 "지금까지 발언들이 계속 아슬아슬했다. 리스크가 될 줄 알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 위원장은 전날(27일) 언론 공지를 통해 "제가 이준석 전 대표와 그 부모님께 과한 표현을 하게된 것 같다"며 "이 전 대표와 그 부모님께 심심한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인 위원장은 지난 26일 국민의힘 서산·태안당원협의회가 개최한 '청년 및 당원 혁신 트레이닝' 강연에서 이 전 대표를 향해 "한국의 온돌방 문화는 아랫목 교육을 통해 지식, 지혜, 도덕을 배우게 되는데 준석이는 도덕이 없다"며 "그것은 준석이 잘못이 아니라 부모의 잘못이 큰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 전 대표는 27일 인 위원장의 사과에 앞서 SBS라디오에 출연해 "당 대표를 지냈던 정치인에게 준석이라고 지칭한다는 것 자체가 어디서 배워먹은 건지 모르겠다"며 "패드립이 혁신이냐"고 말했다.

인 위원장과 이 전 대표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전 대표가 이달 초 인 위원장을 '미스터 린튼(Mr. Linton)'이라 부르며 영어로 응대 한 것을 두고 인종 차별, 외국인 혐오란 비판이 나왔다. 이에 인 위원장은 "섭섭했다"고 표현하며 이 전 대표를 "마음이 많이 상한 사람"이라고 칭했다.

하지만 당 내에서도 인 위원장이 이 전 대표의 부모를 언급한 것을 두고선 "이유 막론하고 부적절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용호 의원은 전날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개인을 비판하기 위해서 부모를 끌어들이는 것은 선을 넘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SBS라디오에서 "부모님까지 꺼낸 건 적절치 않았다"고 했다.

인 위원장의 설화로 인한 리스크가 예상됐던 결과라는 반응도 당내서 나온다.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될 때마다 "특정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다" "농담도 못하냐"는 식으로 반응하며 '히트 앤 런'(치고 빠지기)을 반복했다.

혁신위 출범 이후 인 위원장은 영남 의원들을 겨냥해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에 서라"고 했다가 논란이 되자 "농담"이라고 수습했다. 당내 의원들 사이에선 "혁신위가 거칠다" "말에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특히 인 위원장의 '윤심' 언급은 수직적 당정관계를 드러낸 대표적 실언으로 꼽힌다. 인 위원장은 지난 15일 "(대통령실에서) 소신껏, 생각껏 맡은 임무를 끝까지, 당과 우리가 필요한 것을 거침없이 해라'는 신호가 왔다"고 발언했다.

국민의힘 소속 한 재선 의원은 뉴스1에 "인 위원장의 발언을 보고 '결국 불안불안하더니 터질 게 터졌다'고 생각했다"며 "혁신위가 제안한 혁신안들이 합리적이고 타당하다고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낙동강 하류' '윤심' '부모 잘못' 같은 인 위원장의 거친 발언들은 당내 갈등에 불필요한 불만 지피거나 혁신에 역행하기만 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의 논란으로 인해 혁신위의 동력에 또 다시 제동이 걸렸단 분석이 나온다. 인 위원장은 이번주 최후통첩을 앞두고 전날 한국노총 방문 일정을 행사 시작 30분 전에 취소하는 등 공식 일정을 최소화하는 모습이다.

혁신위 내부 갈등이 가시화되고 혁신위원 사퇴설이 제기된지 일주일도 안 된 시점에 인 위원장의 발언이 혁신위 위상을 떨어트렸단 평가도 나온다.

혁신위는 이번주 중진·지도부·친윤석열계 의원들의 불출마·험지출마를 골자로 한 혁신안의 의결 및 최고위 송부를 앞두고 있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