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오늘부터 예산 '밀실심사' 소소위 가동…처리시한 D-5

민주, 단독 수정 예산안 예고…지난해 '역대 최장 지각' 재현?

국회 예결위 여·야 간사인 송언석, 강훈식 의원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심사소위원회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2023.11.1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여야가 27일부터 예산소위 내 소위원회(소소위)를 가동하고 내년도 예산안을 둔 샅바싸움을 이어나간다.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예산 수정안을 준비하겠다고 경고하면서 법정시한 내 예산안 처리는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이날 여야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은 오는 12월 2일이다. 여야는 지난 13일부터 9일간 예산안조정소위원회를 열고 감액 심사를 진행했지만 증액심사는 시작도 못했다.

여야는 이날부터 비공개로 소소위를 통해 심사를 이어나간다. 소소위에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서삼석 민주당 의원, 예결위 여야 간사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강훈식 민주당 의원,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 등 소수 인원만 참석하는 비공식 회의체다.

소소위는 국회법상 근거 조항이 없고 회의 속기록도 남지 않아 '밀실 심사' '쪽지 예산'이라는 비판을 받지만, 매년 관행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R&D 예산, 검찰 특수활동비, 원전·재생에너지 예산, 이재명표 예산으로 불리는 지역화폐 예산 등 이해관계가 첨예한 쟁점 예산들이 많은 만큼 이번 소소위 협상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날 민주당은 정부와 여당이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지연시키고 있다며 민주당의 단독 수정 예산안을 마련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경우 정부안 예산에 대해 증액 없이 감액만 확정된 수정안이 본회의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강훈식 의원은 전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여당과 정부가 적극적으로 심사에 임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수정안을 준비해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총지출을 늘리는 증액까지 하는 방법을 다 검토하고 있다. 최소한의 수정안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고의적인 시간 끌기를 통해 본회의 자동부의 조항을 사용할 거라고 보고 있다.

국회법 85조의 3에 따르면 여야가 11월 30일까지 예산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그 다음날인 12월 1일 정부 원안이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의된다.

민주당은 단독 예산처리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지만,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래 최장 지각을 기록한 지난해의 협상 지연 사태가 재현될 거란 우려가 제기된다.

민주당은 지난해에도 정부 원안에서 약 2조원 감액한 수정 예산안을 단독으로 마련하고 본회의에 상정하려 수차례 시도했지만, 여야가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시한 네번째 시한이었던 12월 22일 합의를 도출하며 무산됐다.

이번에도 내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인 12월2일까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기국회가 종료되는 12월 9일 합의를 목표로 협상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9일까지 협상이 성사되는 것도 요원하고, 12월 말까지도 합의가 힘들 수 있단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 김 의장은 정기국회 종료일인 12월 9일을 넘기자, 예산안 처리 시한으로 12월 15일과 19일을 설정했지만 번번이 실패한 바 있다.

끝내 막판 협상이 불발되는 경우엔 김진표 의장이 본회의에서 정부안이나 민주당의 단독 수정안을 처리할 수 있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