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 강화' 김기현에 '최후통첩' 날린 혁신위…신경전 격화

혁신위,'권고'→'안건'으로…'조기해체' 카드도 고려 압박수위↑
친윤 이용 "비대위 안돼" 김기현 힘싣기…지도부·친윤 침묵 지속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22일 서울 동작구 현충원에서 열린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모식에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와 인사를 나눈 뒤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11.2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이밝음 기자 = 국민의힘 지도부와 혁신위원회 간 신경전이 격화하고 있다. 친윤(친윤석열)계에서 김기현 대표 체제 강화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혁신위는 "일주일 기다리겠다"며 당 지도부·친윤·중진을 향한 불출마·험지출마 결단을 촉구하면서다.

여기에 혁신위 내부 갈등으로 인해 일부 혁신위원들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여권이 총체적 어려움에 직면하는 모습이다.

혁신위는 전날(23일) 회의 이후 지도부·중진·대통령 측근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권고안을 일주일 더 토의한 후 정식으로 의결해 당 최고위원회에 송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지금까지 나온 반응에 대해 굉장히 냉담을 갖고 있다. 다음주 목요일(30일)회의에서 아주 강한 메시지가 담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혁신위 내부 분위기를 전하며 권고 대상자들을 압박했다.

혁신위는 최고위 의결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혁신위 조기해체 카드도 고려할 수 있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김기현 대표가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만약 혁신위가 '권고'가 아닌 '안건'으로 최고위 의결을 요구하면, 전권을 약속한 지도부 입장에서 이를 거절하기 어려운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혁신위의 이같은 입장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내부 불만이 한계점에 도달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김 대표는 현재 지역구인 울산 재출마설이 제기됐다. 5선 주호영 의원과 친윤 장제원 의원은 "서울에 가지 않겠다"며 험지출마 요구를 일축했고 그 외 중진, 친윤계 의원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인 위원장은 같은 날 오전 김태흠 충남지사를 만났는데, 김 지사는 울산 출마설이 나오는 김 대표를 향해 "울산 출마는 혁신위를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중진들, 윤핵관이라고 불리는 분들이 험지로 나가거나 불출마하든 용퇴해야 한다"며 인 위원장에게 힘을 실었다.

혁신위가 수위 높은 압박에 나서면서 김 대표 체제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여권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김 지사는 전날 인 위원장에게 "논개처럼 해라"고 했는데, 인 위원장이 지도부를 압박하며 비대위 전환 등을 전격적으로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날 혁신위 일부 위원들이 이번 결정에 반발하면서 또 다른 논란도 예상된다. 비정치인 출신 혁신위원들은 혁신위와 지도부 간 갈등을 막기 위해 권고 대상자들에게 결정권을 넘기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혁신위 일부에서 "혁신위는 김기현 지도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시간 끌기용" "비정치인은 모르는 정치인들의 이야기가 있다"며 이들의 의견을 묵살한 것으로 전해진다. 혁신위 내부 분열이 현실화할 경우 당의 혁신 시도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논란이 발생한 같은 날, 당내에서 '김기현 체제'에 힘을 실은 점도 주목된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친윤계 이용 의원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비대위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며 '김기현 체제'에 힘을 실었다. 이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의 수행실장을 지내, 그의 이번 발언에 윤 대통령의 의중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혁신위 압박에 권고 대상자들이 여전히 응하지 않는 점도 양측의 갈등 요인으로 꼽힌다. 권고 대상자들 사이에서 혁신위 안건을 자신의 거취와 별개의 문제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중진들은 '친윤'계를 향한 압박으로, 친윤계는 '지도부를 향한 압박' 등으로 권고안을 인식하는 식이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