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주겠다"…지도부·친윤에 험지출마 '최후통첩' 날린 인요한

'권고'→'정식 안건'으로…'조기해체' 카드도 고려 압박수위↑
20일 침묵에 혁신위 격앙…비대위 전환 등 당내 혼란 우려도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10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혁신위는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를 초청, '과학기술 인재 육성과 정치'를 주제로 강연을 듣는다. 2023.11.2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이밝음 기자 =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23일 지도부·친윤(친윤석열)·중진 의원들을 향해 "일주일의 시간을 주겠다"며 최후통첩을 날렸다. 일주일 후까지 혁신위가 권고한 불출마·험지출마에 대한 응답이 없을 경우 권고안을 최고위원회의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겠다며 압박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혁신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 분위기가 좋지 않다" "가는 정이 있어야 아는 정이 있는 것"이라며 권고 대상자들을 향한 불만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만약 무반응이 이어질 경우 혁신위를 조기해체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며 압박수위를 높였다. 혁신위 권고안이 나온 지 20일이 지나도록 무반응이 계속되자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이다.

인 위원장은 작심한 듯 비판을 쏟아냈다. 혁신위는 통상 회의 후 인 위원장이 혁신안의 개략적인 방향을 설명하고 구체적 내용은 혁신위원들이 발표한다.

이날도 이같이 발표가 진행되던 중 인 위원장은 다시금 기자들을 찾아와 강한 어조로 권고 대상자들을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인 위원장은 "지금까지 나온 반응에 대해 굉장히 냉담을 갖고 있다"며 "다음주 목요일(30일)회의에서 아주 강한 메시지가 담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우리가 일한 만큼 돌아오는 표현에 성의가 없다는 뜻이다. 가는 정이 와야 오는 정이 있는 것"이라며 "혁신위 분위기가 별로 좋지 않다. 분위기를 분명히 전달하겠다. 분위기도 상당히 격앙됐다"고 혁신위 내부 분위기도 전했다.

혁신위 대변인을 맡은 김경진 전 의원은 "2호 혁신안 중 희생 관련 부분을 정식 안건으로 의결하느냐가 핵심 내용"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한주의 시간을 더 드린 다음 정식으로 의결해 최고위에 송부하자고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기현 대표가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만약 혁신위가 '권고'가 아닌 '안건'으로 최고위 의결을 요구하면, 전권을 약속한 지도부 입장에서 이를 거절하기 어렵다. 혁신위는 최고위 의결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혁신위 조기해체 카드도 고려할 수 있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혁신위의 이같은 입장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내부 불만이 한계점에 도달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3일 권고안을 제안한 이후 20일이 지나도록 권고 대상자들은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재 지역구인 울산 재출마설이 이어지고 있고 5선 주호영 의원과 친윤 장제원 의원은 "서울에 가지 않겠다"며 험지출마 요구를 일축했다. 그 외 중진, 친윤계 의원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인 위원장이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권고안에 자신감을 갖게 된 것도 이날 압박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인 위원장은 이날 오전 김태흠 충남지사를 만났는데, 김 지사는 울산 출마설이 나오는 김 대표를 향해 "울산 출마는 혁신위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아울러 "중진들, 윤핵관이라고 불리는 분들이 험지로 나가거나 불출마하든 용퇴해야 한다"며 인 위원장에 힘을 실었다.

혁신위의 이번 압박이 실제 권고 대상자들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권고 대상자들의 침묵이 이어지고 있고, 권고 대상자들 사이에서 혁신위 안건을 자신의 거취와 별개의 문제로 인식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중진들은 '친윤'계를 향한 압박으로, 친윤계는 '지도부를 향한 압박' 등으로 권고안을 인식하는 식이다.

혁신위 압박이 당 지도체제 변화로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여권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김태흠 지사는 이날 인 위원장에게 "논개처럼 해라"고 했는데, 인 위원장이 지도부를 압박하며 비대위 전환 등을 전격적으로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친윤계 이용 의원은 "비대위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며 김 대표 체제에 힘을 실었다. 당내에서는 이같은 이견이 이어진다면 당내 혼란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