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중원을 잡아라'…비윤 끌어안고 서진정책 고삐
'정책 드라이브' 지도부와 역할 분담…당 지지율도 상승세
"대통령에 쓴소리하고 지지층 복구하며 청신호"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여권 안팎의 비윤(비윤석열)계를 끌어안고 첫 공식 외부 일정으로 광주를 방문하는가 하면 고 김대중 대통령 100주년 기념행사를 찾는 등 '산토끼'(중도층) 잡기에 전력하고 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지난달 23일 취임 후 광주에서 부산, 대구, 서울까지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통합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의 정치적 멘토인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 데 이어 홍준표 대구시장도 마주 앉으며 분열을 수습하는 데 힘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인 위원장은 8일에는 대구를 찾아 홍준표 대구시장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하고 거리가 가까워졌다는 사람들이 설치는 바람에 당의 위계질서가 다 깨지고 당이 개판이 됐다"는 쓴소리를 묵묵히 들었다.
그는 지난달 31일에는 유승민 전 의원을 만났고, 지난 4일에는 부산으로 내려가 이준석 전 대표와 만남을 시도했다. 영어로 "진짜 환자는 서울에 있다"는 답만 듣고 돌아와야 했지만, 인 위원장은 8일 KBS라디오에서 "계속 이 전 대표를 찾아가고 이야기 들어주고 위로하고 설득할 것"이라며 "우리는 다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호남 끌어안기를 통한 외연 확장 행보에 나섰다. 그는 전날 홍 시장과 만난 뒤 서울로 올라와 김대중 대통령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했다. 전남 순천 출신인 인 위원장은 "보복이란 것은 못쓰는 것이여"라며 전라도 사투리로 김대중 대통령의 성대모사를 하는 등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첫 공식 외부 일정으로는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았다. 인 위원장은 행방불명자 묘역 앞에서 무릎 한쪽을 꿇고 묵념을 하기도 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의 통역관 역할을 했던 그는 울컥한 듯 "제가 글씨도 잘 못 쓰고 묘지 앞에서 말문이 막혔다"며 "도저히 그냥 표현하고 싶은데 표현이 나오지 않아 죄송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이태원 참사 1주년을 맞아 서울광장에서 열린 추모대회에 참석했다. 인 위원장은 당 지도부 대신 개인 자격으로 추모대회를 찾아 "한국인도 아니지 않느냐" "여기가 온 이유가 뭐냐"는 시민들의 항의와 욕설을 묵묵히 들었다.
정치권에서는 이슈를 던지며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인 위원장과 경기 김포시 서울 편입, 공매도 한시적 금지 등 정책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김기현 지도부가 서로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국민의힘 지지율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공동으로 여론조사 업체 메트릭스에 의뢰해 지난 4∼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국민의힘이 36%로 더불어민주당(32%)에 4%p 앞섰다. 직전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도는 35.3%, 민주당은 32.6%였다.
CBS노컷뉴스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1~3일에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힘이 직전 조사보다 4.0%포인트 오른 39.6%를 기록했다. 민주당은 7.2%포인트 하락한 43.9%다.
전문가들은 국민의힘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인 위원장이 영남 중진과 친윤계에 불출마나 험지 출마를 요구하고, 대통령이 싫어하는 이준석 전 대표를 계속 만나서 같이 가자고 하며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엄 소장은 "당내 대선주자들은 세대별 지역별로 지지기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관리하고 묶어내야 총선에 유리한데, 인 위원장이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 홍 시장도 만나고 호남도 가면서 당세와 지지층을 복구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라면서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당 지지율이 상승세이고 여러가지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angela0204@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