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중원을 잡아라'…비윤 끌어안고 서진정책 고삐

'정책 드라이브' 지도부와 역할 분담…당 지지율도 상승세
"대통령에 쓴소리하고 지지층 복구하며 청신호"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김대중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3.11.8/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여권 안팎의 비윤(비윤석열)계를 끌어안고 첫 공식 외부 일정으로 광주를 방문하는가 하면 고 김대중 대통령 100주년 기념행사를 찾는 등 '산토끼'(중도층) 잡기에 전력하고 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지난달 23일 취임 후 광주에서 부산, 대구, 서울까지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통합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의 정치적 멘토인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 데 이어 홍준표 대구시장도 마주 앉으며 분열을 수습하는 데 힘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인 위원장은 8일에는 대구를 찾아 홍준표 대구시장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하고 거리가 가까워졌다는 사람들이 설치는 바람에 당의 위계질서가 다 깨지고 당이 개판이 됐다"는 쓴소리를 묵묵히 들었다.

그는 지난달 31일에는 유승민 전 의원을 만났고, 지난 4일에는 부산으로 내려가 이준석 전 대표와 만남을 시도했다. 영어로 "진짜 환자는 서울에 있다"는 답만 듣고 돌아와야 했지만, 인 위원장은 8일 KBS라디오에서 "계속 이 전 대표를 찾아가고 이야기 들어주고 위로하고 설득할 것"이라며 "우리는 다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호남 끌어안기를 통한 외연 확장 행보에 나섰다. 그는 전날 홍 시장과 만난 뒤 서울로 올라와 김대중 대통령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했다. 전남 순천 출신인 인 위원장은 "보복이란 것은 못쓰는 것이여"라며 전라도 사투리로 김대중 대통령의 성대모사를 하는 등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첫 공식 외부 일정으로는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았다. 인 위원장은 행방불명자 묘역 앞에서 무릎 한쪽을 꿇고 묵념을 하기도 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의 통역관 역할을 했던 그는 울컥한 듯 "제가 글씨도 잘 못 쓰고 묘지 앞에서 말문이 막혔다"며 "도저히 그냥 표현하고 싶은데 표현이 나오지 않아 죄송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이태원 참사 1주년을 맞아 서울광장에서 열린 추모대회에 참석했다. 인 위원장은 당 지도부 대신 개인 자격으로 추모대회를 찾아 "한국인도 아니지 않느냐" "여기가 온 이유가 뭐냐"는 시민들의 항의와 욕설을 묵묵히 들었다.

정치권에서는 이슈를 던지며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인 위원장과 경기 김포시 서울 편입, 공매도 한시적 금지 등 정책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김기현 지도부가 서로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국민의힘 지지율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공동으로 여론조사 업체 메트릭스에 의뢰해 지난 4∼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국민의힘이 36%로 더불어민주당(32%)에 4%p 앞섰다. 직전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도는 35.3%, 민주당은 32.6%였다.

CBS노컷뉴스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1~3일에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힘이 직전 조사보다 4.0%포인트 오른 39.6%를 기록했다. 민주당은 7.2%포인트 하락한 43.9%다.

전문가들은 국민의힘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인 위원장이 영남 중진과 친윤계에 불출마나 험지 출마를 요구하고, 대통령이 싫어하는 이준석 전 대표를 계속 만나서 같이 가자고 하며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엄 소장은 "당내 대선주자들은 세대별 지역별로 지지기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관리하고 묶어내야 총선에 유리한데, 인 위원장이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 홍 시장도 만나고 호남도 가면서 당세와 지지층을 복구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라면서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당 지지율이 상승세이고 여러가지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