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홍식 잡았다" 자랑하던 식약처, 의료용 마약류 관리 부실로 뭇매

[국감초점] 수사 중인 병의원들 버젓이 영업…"후속 점검 안 하나"
사망자도 의료용 마약 처방받아…명의도용 대리처방 통계조차 없어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식약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10.1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김규빈 강승지 기자 =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대상으로 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는 의료용 마약 오남용과 부실한 관리문제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최근 '대한민국은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마약 중독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실정이지만, 관리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는 여야 의원들의 강한 질타가 이어졌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질의에서 케타민, 코카인 등 마약류 상습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씨를 언급하며 식약처가 경찰에 수사의뢰를 하고도 추후 조치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지적했다.

강 의원에 따르면 '마약류 의약품 오남용 기획 감시' 대상 중 식약처가 최근 5년간 경찰에 수사 의뢰한 의료기관은 총 269곳이다. 이 중 경찰이 수사종결한 143곳 가운데 44%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식약처가 두 번 이상 수사 의뢰한 의료기관 16곳 가운데 11곳이 경찰의 무혐의 처분 또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강 의원은 "식약처가 오남용 단서를 확인하고 수사 의뢰를 요구해 수사 중인데도 해당 의료기관들은 별 다른 제재나 처벌 없이 영업을 쭉 해왔다"며 "식약처가 '우리 이만큼 수사 의뢰했어요' 던지고 나면 그 다음은 전혀 관리가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강 의원은 지난 2월 식약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배우 유아인을 잡은 사실을 오유경 식약처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알린 사실을 언급하며 질타를 이어나갔다.

지난 5월 마약 상습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유아인(37·본명 엄홍식)이 구속 영장이 기각돼 서울 마포경찰서를 나서는 모습.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강 의원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오 처장이 '지난해 51명을 서울청에 넘겼는데 거기에 엄홍식씨가 있었고 그게 유아인이었다'고 말하면서 '오유경이 유아인을 잡았다고들 하는데 사실 제가 잡은 것은 유아인이 아닌 엄홍식이라는 사람'이라며 굉장히 우쭐해 하더라"라며 "식약처는 경찰에서 수사 의뢰 결과를 통보 받지 않는다고 하더니 유명 연예인 수사 현황은 따로 파악해서 성과를 홍보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의료기관들이 다시 영업하고 있는지 그 경우 오남용은 안 하는지 벌금은 받았는지 확인하고 있느냐"며 "경찰에서 수사의뢰 결과를 알려주지 않아 일일이 확인하는 번거로움이 있다고 하면서 '우리 유아인 잡아들였어요' 홍보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이에 오유경 식약처장은 "수사 의뢰한 것들이 후속조치가 좀 더 잘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결과를 통보는 이메일이나 유선상으로 받을 수도 있는데 이것이 수사권에 따라 굉장히 오래 진행되기도 하고 짧게 진행되기도 해서 앞으로 좀 더 주기적으로 수사 결과를 점검하는 형태로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마약으로 특정되지 않은 일반 의약품들이 마약으로 사용되고 있는 데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현재 총 3만8811개의 의약품 중 마약 성분이 들어 있는 약은 536개다.

강 의원은 "ADHD 치료제나 식욕억제제 등이 마약으로 둔갑해 활용되고 있다"며 "심지어 한 감기약은 다량으로 복용하면 마약과 똑같은 기능을 발휘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해 의료용 마약류 처방 상위 30곳을 보면 의원급 의료기관이 빅5 병원보다 마약류 처방을 많이 했다"고 지적했다.

백 의원에 따르면 마약류 처방 1위 병원은 대구 달서구에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지난해 환자 수만 3만1804명에 달했다. 이 병원은 식욕억제제 처방도 1위였다.

백 의원은 "더 기가 막힌 건 식욕억제제 1186만 건을 처방하면서 다른 마약류 1030만 개도 함께 처방했다"며 "확실히 의료용 마약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식약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10.1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백 의원은 또 '셀프 처방' 사망자 처방' '대리 처방'의 문제도 조목조목 짚어 따졌다.

백 의원에 따르면 경남 김해의 한 알코올중독치료 전문병원 정신과 전문의 2명이 가족 명의로 의료용 마약류 의약품을 367회에 걸쳐 대리 처방을 받아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또 지난 5년간 의사 5만3688명이 스스로에게 14만3854건의 마약류 의약품을 처방했다. 처방량은 무려 457만3017개에 달했다.

이미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망자 1635명도 5만1642개의 마약류 의약품 처방을 받았다. 하지만 명의 도용 관련 대리 처방 문제는 통계조차 없다.

오 처장은 "의료용 마약류 관련해 굉장히 사회적으로 문제가 많기 때문에 지금 범정부적으로 마약류대책협의회에서는 종합대책을 만들고 있다"며 "또 관세청과 협력해 (마약류 반입이) 원천적으로 차단될 수 있도록 협업하고 있는데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국감장에선 "식약처가 국가정보원까지 동원해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며 고성이 나기도 했다.

강선우 의원은 "국감 전 식약처에 ‘마약류 의약품 오남용 기획 감시’에 대한 자료를 수차례 요청했지만 국정원까지 동원해 자료 제출을 막았다"며 "처음엔 식약처 실무자들이 '처장님께 불똥이 튀면 안된다’고 무작정 거부하더니 그게 안 먹히자 '국정원이 자료 제출을 하지 말라고 했다’고 하더라"라며 "식약처 공무원이 오 처장 심기 관리하는 경호원이냐, 마약류 오남용 기획 감시 자료가 국가안보랑 무슨 상관인지 말해보라”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