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용역 보고서 비공개 논란…野 "고의로 감춘 것"

질병청 "예비조사 차원…국내 영향도 크지 않다 결론"
최혜영 의원 "국회 자료 제출 요구에도 이 보고서만 누락"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2차 해양 방류가 시작된 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오염수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2023.10.5/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질병관리청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국민 건강에 미칠 영향에 대한 연구 용역을 맡겨 보고서를 받아 보고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또 이번 국정감사에서 비공개 연구 목록을 제출하라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요구에도 해당 보고서만 누락한 것으로 확인돼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국회 복지위 소속 강선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질병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오염수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100mSv(밀리시버트) 이하의 저선량 방사선이 아직 인체에 직접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면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로 방사선 피폭선량이 현저히 늘어갈 것이므로 실제 인체 내에서 발병에 이르기까지의 인과관계에 대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원전 오염수 방류시 6개월에서 2년 이내에 최초 오염수에 의한 영향이 발생 시작하고, 방류가 지속되거나 방사성 물질의 반감기 동안 장기간 인체에 축적돼 누적 영향에 의한 유해성 발생 가능성이 높다"며 "국민들의 안전을 고려해 전국 지역, 해안, 해상, 연안어류, 수산물 등 저준위 방사선 피폭 위험 평가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해 빅데이터 기반 영향 수집 평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질병청이 의뢰해 만들어진 이 연구 용역 보고서는 대한응급의학회·대한재난의학회가 주관 기관으로 참여하고, 방사능 재해 전문가인 최대해 차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연구책임자를 맡았다.

보고서는 "해양오염 시뮬레이션에 의하면 우리나라에 도착하기 전 미국 태평양 쪽으로 거의 건너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사고로 인해 137Cs/134Cs과 14C 등이 유출은 확실하게 있었으나 지속적인 방출이 없다면 검출은 거의 미미하게 나온다"며 오염수가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언급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삼중수소의 인체의 유해성은 확실한 연관관계가 없으나 원전주변에서 농도는 유의미하게 높게 측정되므로 관리 필요 △ALPS의 정화능력에 대해서는 검증된 바가 없으므로 신뢰하기 어렵고 최근에 여러 고장사례들이 언론에서 보도 △어종에 대한 오염은 확실히 확인은 되나 극히 미미하며 심해어종에 경우 장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음 등의 결과를 제시하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위 결론들에 따라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에 따른 국민 건강영향평가를 전향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며 8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8가지 조건은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 시 나오는 물질의 각각의 총량을 알 수 있어야 함 △국민의 지역별 기초 방사선 조사량 결과값 필요 △추적해야 하는 수산물과 방사성 물질이 선정돼야 함 △국민의 수산물 섭취 유통량 조사 필요 △표본지역과 대조지역에 대한 선정 연구는 제한점이 있고, 선정 지역의 반발이 발생할 수 있을 수 있어 어려움이 예상되므로 멘델 무작위 분석 기법을 활용해 연구 △수집된 자료를 통해 국민 1인당 방사선 누적 총량 계산해야 함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국립암등록센터를 통한 지역별 암발생률에 대한 전향적 조사가 수행돼야 함 △최소 20년 이상의 장기간 추적 조사를 통한 빅데이터 연구 필요 등이다.

강선우 의원은 "그동안 처리된 오염수는 안전하다던 윤석열 정부의 주장과 상반된 결과의 보고서라서 질병청이 비공개 결정을 한 것이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만큼, 정부는 일본에 오염수 방류 중단을 즉시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 용역은 2021년 12월 27일 시작돼 2022년 5월 25일까지 진행됐다. 문재인 정부 당시 연구용역에 착수해 윤석열 정부에서 사업이 종료된 것이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결정한 건 연구가 시작되기 8개월 전인 2021년 4월이다.

이에 질병청은 보고서를 숨긴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질병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연구 종료 시점에도 의사 결정 과정이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해 법률에 의거해 비공개 설정한 것이지 연구 결과를 숨긴 것이 아니다"라며 "해당 연구보고서는 일본정부의 오염수 방류계획이 확정되기 전 일본의 오염수 방류 데이터를 자세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예비조사 차원으로 수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보고서에서도 미국 태평양 쪽으로 흐르는 해류 흐름 등을 감안할 때, 국내 해양에 미칠 영향은 매우 낮다고 분석하고 있다"며 "일부 내용만 부각하는 것으로 국민 혼란을 가중시키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질병청이 최혜영 의원실에 보낸 '비공개 용역 보고서 공통 요구 자료 누락 사유서'. (최혜영 의원실 제공)

질병청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국감을 앞두고 보건복지위가 질병청에 비공개 연구용역 목록을 제출하라는 요구에 해당 보고서가 누락됐기 때문이다.

최 의원은 "질병청이 비공개라고 밝힌 26개 연구목록 중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오염수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용역보고서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며 "뒤늦게야 의원실로 누락에 대한 사유서를 보내와 고의 누락이 아니었다고 했지만 공교롭게도 이 보고서만 누락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국민이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의 인체영향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에 국회 답변까지 누락하는 것은 국민을 속여보려는 뻔한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질병청장은 당장 사과하고 연구결과를 국민에 공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복지위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질병청에 강도 높은 질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질병청 국감은 11~12일 양일간 이어진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