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3선 하태경, 서울 출마 선언…중진 험지 출마론 재부상 '주목'

국힘 소속 영남권 국회의원 첫번째 수도권 출마 선언
영남권 물갈이론 또다시 나오나…텃밭 홀대론 우려도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뉴스1 ⓒ News1 DB

(서울=뉴스1) 박기호 이비슬 기자 = 부산 해운대갑을 지역구로 둔 3선의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내년 총선 서울 출마를 선언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중진의원의 수도권 험지 출마론이 재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하 의원은 7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저의 정치적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내년 총선에서 서울에 출마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텃밭으로 분류되는 부산·경남(PK) 지역 현역의원의 수도권 출마 선언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부산 해운대·기장을에서 당선된 하 의원은 20·21대 총선에서 단일 선거구로 분리된 해운대갑에서 연달아 당선된 바 있다.

하 의원은 서울 출마를 결심한 첫 번째 이유로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를 꼽았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대선에서 승리, 윤석열 정권을 창출했지만, 여소야대 국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 의원도 "정권 교체를 해냈으나 불완전한 여소야대는 불필요한 갈등과 반목만 증폭했다"고 지적했다. 내년 집권 3년차를 맞는 윤석열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려면 22대 총선에서의 승리가 절실하다.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수도권에서의 선전은 필수적이다. 국민의힘의 21대 총선 참패는 참담한 수도권 성적표에 기인했다. 현재 서울 지역 국회의원 49명 중 국민의힘 소속은 9명에 불과하다. 경기 지역도 57명의 의원 가운데 국민의힘은 6명이며, 인천 역시 13명의 의원 중 여당 소속은 2명뿐이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수도권에서 심각한 인물난을 겪고 있다는 데 있다. 국민의힘 계열의 보수정당은 지난 19대 총선부터 수도권에서 진보진영에게 패한 데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인재풀이 축소됐다. 영남권 중진의원의 수도권 험지 출마론이 그간 거론됐던 이유다.

게다가 중진 험지 출마론을 통해 인적 쇄신도 도모할 수 있다. 하 의원은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신인 정치인이 많이 들어와야 혁신의 바람도 불고 정치도 발전할 수 있다"며 "그러나 아무리 좋은 인재가 들어온다고 해도 현역의원이 10년 이상 갈고닦은 지역구는 그들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하 의원의 서울 출마를 시작으로 영남권 중진의원의 수도권 험지 출마론이 부상할 것으로 관측된다.

통상적으로 매번 총선 때마다 중진의원 물갈이론이 제기됐고 이들을 대상으로 험지 출마나 불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내년 총선 역시 이 같은 정치 공식이 작동할 수밖에 없다.

또한 하 의원을 기점으로 영남권 중진의원들의 수도권 출마 선언이 속속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선당후사를 외치며 정치적 기득권을 먼저 포기할 경우 수도권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지역을 선점할 수 있는 까닭이다. 하 의원은 자신의 출마 지역에 대해 "마음은 당이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 가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전했는데 벌써부터 정청래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마포을 등이 출마지로 거론되고 있다.

영남권 중진 현역의원들 입장에선 큰 압박이다. 정치권에선 현역의원의 지역구 변경은 정치생명을 담보로 건 승부수로 통한다. 정치 지형상 험지로 분류되는 곳으로 지역구를 옮겨 당선될 경우 정치적 체급을 키울 수도 있지만 반대로 낙선하면 한동안 현실 정치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하 의원은 '동료 (중진)의원들이 PK 지역을 포기하고 수도권으로 나와야 한다는 데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개인적 결단의 문제"라며 "그분들께 맡기고 존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영남권 중진의원의 수도권 차출론이 자칫 '텃밭 홀대론'을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총선 승리를 위해선 영남권의 안정적인 지지가 기반이 돼야 하기에 무게감 있는 일부 중진들 역시 전략적으로 영남권에 배치해야 한다는 논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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