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텐트' 구상하는 김기현…수도권 위기론 잠재울까[여의도속풀이]

수도권 위기론 등 총선 우려 커지는 가운데 외연 확장 나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3년도 당원협의회 사무국장 연수'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2023.9.4/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내년 총선을 7개월 앞두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이른바 '빅텐트'를 구상중이다.

윤석열 대통령 집권 후 첫 총선을 맞이하는 가운데 답보하는 대통령과 당 지지율, 인재난 등으로 상황은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다. 대선 승리 후 흩어져 있는 보수진영 뿐만 아니라 각계 각층의 인사들과 세를 규합, 거야와 맞서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의 첫 행보는 외연확장이다. 지난 12일 무속 양향자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한국의희망 대표단과 만난 데 이어 범민련 출신 민경우 대안연대 대표, 서민 단국대 교수 등 10명과 비공개 오찬을 가졌다.

이들은 각각 국민의힘에서 활동을 한 적이 있거나 최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에 있어 과학적 근거를 앞세워 민주당의 주장을 비판하는 인사들이다.

양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한 뒤 국민의힘 반도체특위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사무처장을 맡았던 민경우 대표는 지난 1985년 미국 문화원 농성을 주도했던 함운경씨와 민주화운동동지회를 출범시킨 인물로, 내년 총선 때 민주당 586 정치인들에 대한 대항마로 거론되고 있다.

김 대표의 행보는 함께 할 수 있다는 공통된 분모만 있다면 누구와도 '빅텐트'를 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13일 BBS라디오에서 "김 대표의 가장 큰 장점은 갈등 조정을 잘한다는 점이다. 이는 정치권에서도 꼽혀왔다"며 "만약 통합이 필요하다면 그 통합을 이끌어내는 적임자"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 3월 전당대회 때부터 이같은 '중도 통합 행보'에 힘을 싣고 있다. 그는 당시 이른바 '연포탕'(연대·포용·탕평) 정치를 내세웠다. 이를 방증하듯 전당대회 이후 경쟁자였던 안철수 의원, 황교안 전 대표와 회동을 했고 최근에는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과 만나기도 했다.

이런 빅텐트의 또다른 분모는 보수 내부로 향한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하기 위해 경북 구미를 방문한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이라는 역대급 악재를 당에 던졌지만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향수와 겹치며 여전히 보수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김 대표의 빅텐트는 단순히 중도층 외연 확장이 아닌 탄핵 이후 보수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생긴 간극을 메우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결국 김 대표의 통합 행보가 당내에서 그동안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수도권 위기론을 잠재울 지렛대 역할을 할지 관심이 모인다. 특히 인재난 해소에도 일정 부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도층 인사들의 경우 당장 당으로 영입하기는 힘들지만 정책과 거야 심판론 등을 고리로 연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jrkim@news1.kr